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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서울시에 '미아리집결지' 지원 예산 마련 촉구
모두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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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성북구 미아리 성매매집결지의 철거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여성 인권단체와 당사자들이 서울시에 지원 조례 이행을 위한 예산 마련을 촉구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미아리' 성매매집결지 여성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책위)는 16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미아리 여성을 위한 예산을 편성하고 피해자 지원을 위한 조치를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재개발이 진행 중인 성북구 신월곡 1구역은 서울 최대 규모 성매매집결지였던 '미아리 텍사스'가 포함된 지역으로, 1960년대 형성된 이후 반세기 넘게 성매매 공간으로 존속해 오다 폐쇄 수순에 들어섰다.

현재는 철거 3차 부분에 약 50개 업소에 여성 200여명만이 남아 있으며 재개발로 인해 오는 7월부터 철거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피해 여성들을 위한 주거와 생계, 자활 대책은 여전히 부재한 상황이다.

공동대책위는 "서울시는 이미 2017년과 2020년에 관련 조례를 제·개정했지만 해당 조례를 위한 예산은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며 "유명무실한 조례로 방치하지 말고 실효성 있는 예산을 편성해 실행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2017년 성북구, 여성단체와 손잡고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매매방지 및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를, 2020년에는 '서울특별시 여성폭력방지와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개정했다.

각 조례는 성매매 집결지를 떠나 성매매를 중단한 여성에게 일정 기간 생계비와 주거 이전 비용, 직업훈련 및 교육비 등을 지원하고 자활·회복을 돕기 위한 근거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조례는 예산이 편성되지 않으면서 시행되지 못한 채 유명무실한 상태로 남아 있다.

현장 발언에 나선 박예솔 여성인권센터 '보다' 상담사는 "집결지 여성 절반 가까이는 집결지 내에서 먹고 자며 살아온 이들로 하루아침에 새로운 삶을 꾸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응답자의 45.2%가 '당장 갈 곳이 없다'고 답했고, 가장 큰 걱정은 생계비와 부양가족의 생계유지였다"고 밝혔다.

이날 참석자들은 성매매집결지는 정부와 서울시가 묵인·방조해 온 여성 인권 사각지대였으며, 현재도 재개발 과정에서 여성들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에 함께한 제이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서울시를 향해 "집결지 여성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공적 책임을 인정하고, 당장 닥친 생존 대책부터 강구하라"며 "구조적 폭력의 영향으로 벼랑 끝으로 내몰린 시민들의 삶을 지원하라는 당연한 요구에 응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성매매 경험 당사자 유진씨는 "탈성매매를 한 지금까지도 치료를 계속 받고 있다. 당장 안전하게 머물 곳과 성매매를 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사람답게 그저 살기를 원할 뿐"이라고 호소했다.

또다른 당사자는 "도망치듯 미아리를 나왔을 때 나이만 먹고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며 "다시 미아리로 돌아가야 하냐는 고민까지 했었다"며 자립·자활 지원의 필요성을 전했다.

공동대책위는 조례를 통한 지원이 어렵다는 서울시 입장에 따라 회견 후 실무자들을 만나 대안을 논의하고자 했으나, 구체적인 면담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면담 취소 이유에 대해 "논의 시간이 더 필요해 양해를 구한 것"이라며 "(예산 책정은) 조례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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