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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지사 8년’ 김문수 “고향에 온 것 같아… 제2의 광교 신도시 만들 사람 찍어달라”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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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이른 아침. 수원 팔달구 지동시장과 영동시장 사이, 대형 유세 트럭이 들어섰다. 거리에 모인 300여 명의 인파 사이로 “양아치 전과잡범 NO! 대통령!” “김문수 자유대한민국 헌법수호 적임자”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였지만 걸그룹 ‘오렌지캬라멜’의 ‘까탈레나’를 개사한 선거송이 흘러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6일 오전 경기 화성시 동탄역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6일 오전 경기 화성시 동탄역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오전 9시 38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차량에 내려 시장 입구에 모습을 드러내자, 기다리던 지지자들은 “김문수 대통령!”을 연호했다. 이내 비도 멎었다.

후보는 유세 차량 쪽으로 길을 터놓은 경호진의 안내를 뒤로 하고 유세 현장을 한바퀴 돌며 지지자 한 사람 한 사람과 악수했다. 흰색 셔츠 위에 유세복, 아이보리색 바지 차림에 낡은 나이키 운동화를 신은 김 후보는 유세차량 위에 올라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수원에 오니까 제 고향에 온 것 같습니다. 김문수가 완전히 어디 사라진 줄 알았는데 어떻게 또 나타났냐. 여러분 저 잊지 않으셨죠?”

8년 간 경기도지사를 지낸 그의 연설에선 경기도정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였다.

“수원은 정조대왕의 꿈이 있는 도시입니다. 여러분이 자랑스러워하는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곳이죠. 삼성전자 반도체 단지 120만평 제가 만든 것 아시죠?. 대한민국 반도체부터 광교 테크노밸리까지 과학기술을 선도하고 산업을 선도하는 수원 시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특히 김 후보는 도지사 시절 광교 신도시를 설계한 일화를 언급하며 “광교에 살아보니까 좋습니까? 정조의 화성처럼 천년을 가는 도시를 만들자는 다짐으로 오늘의 광교를 만들었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지자들 사이에선 “너무 좋습니다!”라는 외침이 잇따랐다.

김 후보는 이어 “대장동보다 10배 큰 광교 신도시를 만들었지만 단 한 명의 공무원도 구속되지 않았다. 제가 광교 신도시에서 일하다가 부정부패로 돈 받았다는 이야기 들어보셨나. 있으면 지금이라도 신고하십쇼. 제가 즉시 모든 걸 그만두겠다”라며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지지자들은 “맞아!”, “감동적이에요!”라고 호응했다.

김 후보는 또 “제가 경기도지사 8년을 하는 동안에 아내가 법인카드를 썼다는 이야기 들어보셨나”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겸손하게 깨끗하게 섬기는 경기도지사가 되고자 했다. 그것이 바로 경기도민의 명예를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도지사도, 대통령도 벼슬이 아니다. 국민을 섬기는 머슴”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의 목소리는 점차 높아졌고, 그의 뒤에 서 있던 나경원·이만희·이헌승·송석준 의원 등이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보냈다.

이어 “제가 (경기도에) 없으니까 수원 시민들이 요즘에 표 찍을 때는 이상한 데를 찍어요. 이래가지고 수원을 발전시킬 수 있겠습니까!. 삼성전자를 발전시키고 깨끗한 도시 개발 할 수 있는 당이 무슨 당입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설 도중 문재인 정부 당시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유족인 이래진씨를 소개하며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힘”이라고 했다. 이씨는 “민주당은 국가 공무원을 간첩으로 만든 범죄 집단”이라며 “김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서 우리나라를 가장 깨끗하고 정직하게 이끌어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 후보는 다시 마이크를 잡으며 이 후보를 겨냥해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 나갔다. 그는 “여배우에게 ‘나 총각이요’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대장동 작은 도시 하나 개발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구속돼서 공무원들이 욕을 먹었습니까.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 대한민국을 완전히 쓰레기장으로 만들어서야 되겠습니까”라고 목청껏 외쳤다.

그는 또 “농촌진흥원 등 수원만큼 농업 관련된 기술인들이 많이 계시는 곳이 없다. 제가 앞으로 (경기도를)발전시켜서 바이오 농생명 부문의 세계 최고의 도시로 만들겠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6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시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6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시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민생 대통령, 경제 대통령, 국방안보 대통령, 과학기술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유세를 마친 김 후보는 인파 속으로 내려와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영동시장 입구로 들어서 상가를 돌고 상인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50여명의 지지자들은 김 후보를 따라다니며 그의 행동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35년째 시장 내에서 음료를 팔며 노점을 운영하는 김모씨(74세·여)는 “너무 존경해요”라고 반가워하며 김 후보에게 음료를 건넸다. 후보는 돈 받기를 연거푸 사양하는 김씨에게 음료값을 내면서, 음료를 그 자리에서 한 번에 들이켰다.

김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도지사 시절 수행원도 없이 시장을 돌던 분이에요. 국회의원이고 누구고 당선되면 아무도 안 왔는데 김 후보는 자주 왔어요. 항상 누런 잠바만 입고 다니셨어. 그래서 존경해요. 이재명 후보는 도지사할 때 내가 한 번도 여기 오는 걸 못 봤어.”

유세가 끝나고도 “김문수 대통령!”을 외치는 구호는 한동안 시장 안에 울려 퍼졌다.

김 후보는 자리를 이동해 동탄 센트럴파크 앞에서 유세를 이어갔다. 유세 차량에 오른 그는 나경원·양향자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심재철 경기도당위원장 등과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큰절’로 유세를 시작했다.

김 후보는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제가 뚫었다. 여기 동탄 신도시도 제가 경기지사 때 개발했다. 평택, 고덕신도시, 판교신도시, 수원 광교 신도시 다 제가 있을 때 한 것”이라고 지난 도정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민주당의 고위 공무원 줄탄핵과 대법원장 청문회 및 ‘허위사실 유포죄 폐지법’ 추진을 언급하며 “속에서 열불이 난다. 이런 건 똑바로 찍으면 끝난다. 6월 3일에 누굴 찍으면 됩니까”라고 목청껏 외쳤다. 이어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해 보자!”라는 구호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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