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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큐노바 대표 “본격적인 양자컴퓨팅, 1~2년 안에 온다” [양자컴 시대]

이준구 큐노바 대표는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양자컴퓨팅 산업이 활성화될 시기에 대해 이와 같이 전망했다. 현재 방식의 양자 컴퓨터로도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면 활용하면서 발전을 모색해야 하며 국가적 지원 또한 ‘산업화’ 부분에 대해 적극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큐노바는 양자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벤처 기업으로, 2021년 카이스트(KAIST)에서 스핀오프해 설립됐다. 이준구 대표는 카이스트의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이며 QTML(Quantum Techniques in Machine Learning) 학회의 공동설립자이자 조정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큐노바의 HI-VQE 알고리즘은 다양한 양자 컴퓨터 플랫폼에서 화학적 정밀도를 가지는 정확한 계산 결과를 제공하며 고전-양자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속도와 정확도를 모두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준구 대표는 현재 학계와 산업계가 서로 다른 시각으로 양자컴퓨터를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학계 쪽에서는 ‘완벽한’ 성능의 양자컴퓨터를 추구하고 있다. 연초 젠슨 황의 ‘양자컴퓨터가 쓸만해지려면 20년은 걸릴 것’이라는 말도 이런 입장에서 나온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계에서는 ‘현재 완벽하지 않아도 사용 가능한 수준이니 일단 쓰면서 발전시키자’는 입장이다. 이미 양자컴퓨터가 현재의 슈퍼컴퓨터 성능을 넘어서는 경우가 생기고 있고, 이것이 또 다른 중요한 연구 주제가 됐다. 산업계는 지금의 양자컴퓨터로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이준구 대표는 2021년 큐노바를 창업했다. 이준구 대표는 “양자컴퓨터 관련 연구를 처음 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었다. 2010년쯤 되니 큐비트들이 실제 만들어졌고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시점부터는 ‘양자컴퓨터 기술이 발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2016년 IBM이 5큐비트 양자컴퓨터를 클라우드를 통해 사용할 수 있게 공개한 ‘IBM 퀀텀 익스피리언스(IBM Quantum Experience)’의 발표를 기점으로 양자컴퓨터의 산업화 단계 진입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창업 당시, 양자컴퓨터 기업들의 로드맵과 이를 착실히 맞춰가는 것을 봤을 때 2027년 정도면 실제 양자컴퓨팅 관련 하드웨어와 서비스 모두 판매 가능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준구 대표는 현재 양자컴퓨팅 업계는 ‘기대 곡선’의 하강기에 진입한 상황이라 말했다. 이 대표는 “이 곡선의 정점을 만드는 핵심은 ‘뭘 해야 될 지 모른다’고, 정점을 지나면서 뭘 해야 되는지가 명확해진다. 이 때 뭘 해야 할지를 잘 이해했던 기업들이 하강기에 살아남는다. 이 곡선의 정점을 지난 것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해진 부분에서 중요한 변곡점이다. 기대 곡선이 바닥을 친 다음부터 본격적인 시장이 시작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정점’을 지나는 시점에서 주목할 만한 점으로는 흔히 언급하는 ‘완벽한’ 양자컴퓨터가 실제 구현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꼽았다. 하지만 현재의 ‘완전하지 않은’ 양자컴퓨터가 시장을 태동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도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이준구 대표는 “일단 시장은 현재의 NISQ(Noisy Intermediate Scale Quantum) 방식으로 열려야 한다. 이미 2025년 양자컴퓨터 하드웨어 시장 매출은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가 될 것이고 매년 두 배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시장은 실제 ‘양자 우위’ 사례가 나오는 만큼 성장할 것이다. 실제 우위를 제공할 수 있는 사례 확보가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양자컴퓨터 시장이 본격화되는 시점으로는 “양자 우위를 가진 사용 사례가 적어도 10개쯤 생길 때”라며 “앞으로 1년~2년 정도면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제시했다. 또한 “양자 우위를 볼 때 이 사례를 기존의 컴퓨터로 할 수 있는지, 실제 증명됐는지를 봐야 한다. 산업화에 있어서는 실제 양자컴퓨터를 사용해 비용 효율에서 기존 컴퓨터를 넘어섰는지도 중요하다. 현재 제시되는 양자 우위 사례들은 이론적 전망치가 대부분이고, 향후 큐비트 수가 늘면서 알고리즘이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양자컴퓨터 업계가 제시하는 ‘100만 큐비트’의 의미로는 ‘완벽한’ 양자컴퓨터 구현의 변곡점을 제시했다. 이준구 대표는 “단순히 큐비트 수 증가보다는 얽힘이 일어난 ‘2큐비트 게이트’가 늘어나야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100만 큐비트 달성은 이를 그룹화하고 에러를 보정한 논리 큐비트를 구성해 결함이 허용되는 양자컴퓨터로 가는 여정의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이를 위해서는 많은 난제를 해결해야 되고, 현실적으로는 100큐비트 정도만으로도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 현재의 슈퍼컴퓨터를 대체할 수 있는 응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큐노바도 ‘양자 우위’ 사례 확보를 위해 경쟁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양자화학 해석을 위한 HI-VQE(Handover Iteration Variational Quantum Eigensolver) 알고리즘을 IBM 퀀텀 네트워크(IBM Quantum Network)에 제공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알고리즘은 고전-양자 컴퓨터의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컴퓨팅 자원 소모를 줄이고 속도와 정확도를 크게 높였으며 복잡한 계산을 기존보다 1000배 이상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제시한 바 있다.
이준구 대표는 “HI-VQE 모델로 화학 문제를 양자 모델로 정확히 푸는 데 성공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곧 양자 우위의 사용사례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사용사례 확보는 양자컴퓨터가 산업에서 충분히 쓰이고, 고전적인 컴퓨팅을 부분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실질적으로 나타난다는 의미다. 시장의 빠른 성장에 대한 변곡점도 곧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큐노바의 HI-VQE 모델은 기존 컴퓨터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이준구 대표는 “양자컴퓨터는 큰 정보량을 쉽게 다룰 수 있지만 계산 과정에서 에러가 많다. 양자컴퓨터가 빠르게 계산하고 기존의 컴퓨터를 정확히 뒷받침할 수 있는 구성으로 조합하면 현재의 고전적인 방법론보다 빠르게 정확한 계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HI-VQE 모델에서 양자컴퓨터는 거대 행렬 중 실제 계산을 해야 할 부분을 찾고, 필요한 부분만을 찾아 크기를 줄인 행렬 연산을 고전 컴퓨터가 수행해 효율적으로 성능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업계 성장을 위한 정부 지원 방향에 대해서는 산업화 부분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준구 대표는 “양자컴퓨팅은 궁극적으로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고, 산업화를 위한 연구 투자가 잘 육성되어야 한다”며 “산업화의 경우는 시장에 어떻게 들어갈지 전략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정책적으로도 이에 따른 기획과 투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를 더 많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연구개발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전의 IT 시대와 같이, 많이 사용하는 과정에서 기술력을 확보하고 세계 시장을 이끄는 위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양자컴퓨팅 시대에 한국이 전략적으로 집중해야 할 부분으로는 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 영역을 꼽았다. 이준구 대표는 “현재는 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 영역이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부분이다. 큐노바도 지금까지 4년여의 연구개발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런 부분부터 적극적인 투자가 효과적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컴퓨팅의 기반이 되는 하드웨어와 플랫폼 시장에 대해서는 ‘현재의 것을 잘 활용하는 것’을 추천했다. 이준구 대표는 “컴퓨팅 산업의 구조 중 상위 계층의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며 “생태계가 중요하지만 우리만 글로벌 트렌드와 다르게 가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글로벌 트렌드 안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쪽으로 가야 할 것”이라 말했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