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2 읽음
[종합] 사상 첫 미국인 출신 교황된 레오 14세…페루서 20년간 사목 사연 '눈길'


레오 14세 교황은 8일(현지시간)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를 통해 제 267대 교황에 올랐다. 미국인 최초이자 아메리카 출신 두 번째 교황이다. 전임자인 고(故) 프란치스코 교황(아르헨티나)에 이어 연속 아메리카 대륙 출신 교황이 나왔다.
교황청 선임 부제 추기경은 이날 오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에서 교황 선출을 알리는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우리에게 교황이 있다)을 외친 뒤 새로운 교황이 나왔음을 공식 선언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페루에서 무려 20년 동안 사목 활동을 하는 등 특별한 사연을 갖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레오 14세 교황은 미국 시카고에서 자랐다. 그에게 천주교는 운명이었다. 교리교사로 일한 아버지를 따라 성당을 다녔다. 자연스레 일리노이주 성직자들이 레오 14세 교황의 집에 드나들며 공동체 생활을 했다.
그는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신학교에 들어가 교황청립 안젤리쿰 대학에서 교회법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2년에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학업에 열정이 있었던 레오 14세 교황은 신학과 별개로 펜실베니아주 빌라노바대에서 수학을 전공한 이력이 있다.
학업을 마친 뒤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와 인접한 페루 북서부 추루카나스 교구에서 10년 동안 사목했다. 2001년부터 12년간 공동체 생활을 강조하는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장으로 활동했고,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시에 의해 페루 북서부 치클라요 교구 사도 행정관으로 파견된 뒤 이듬해 주교에 올랐다. 이 교구는 빈민가와 농촌 지역을 관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그를 추기경으로 임명한 뒤 라틴아메리카 위원회 위원장과 주교 선출 등 교황청 주요 부서로 꼽히는 주교부 장관에 앉혔다.
또한 레오 14세 교황은 다국어에 능통하다는 특징이 있다. 영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이탈리아어·프랑스어를 유창히 구사한다. 프랑스·이탈리아 혈통 아버지와 스페인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보다 레오 14세 교황은 다소 보수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신학적으로 중도적이고 신중한 편이기에 보수파와 개혁파의 갈등을 잘 중재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이번 레오 14세 교황의 선출은 다소 이변이었다. 콘클라베에 앞서 국무원장을 지낸 피에트로 파롤린(이탈리아) 추기경과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으로 일한 안토니오 타글레(필리핀) 추기경이 제일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대니얼 로버 코네티컷 성심대 교수는 레오 14세 교황의 선출 배경으로 행정 경험과 함께 바티칸 관료주의에 덜 물든 것이 다른 추기경들에게 투표 과정에서 매력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한편, 이번 콘클라베에 참여한 미국인 추기경의 수가 무려 10명으로 17명이 투표권을 가진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