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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만허 스님·연정 스님, 수행자 부녀의 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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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이 충남 천안의 작은 절에서 수행을 이어가는 만허 스님(94), 연정 스님(63)의 이야기를 전한다.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절에 의탁해 살다 태고종으로 출가한 만허 스님. 결혼하고도 수행이 허락된 태고종 승려였기에 결혼해 4남매를 키우며 평생 도량을 일구고, 수행했다. 태어나보니 아버지가 스님이었다는 막내딸은 아버지처럼 수행자로 살겠노라며 서른 무렵 출가했다.

그 후, 각자의 자리에서 수행해 온 두 스님. 20년 전, 연정 스님은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인 대웅전 불사를 돕기 위해 만허 스님 곁으로 왔다. 그렇게 20년 동안 땅을 파고 기둥을 세워 평생의 염원이었던 대웅전을 다 짓고 나니 어느덧 아흔넷. 작년 가을, 만허 스님에게 치매가 찾아왔다.
속가의 연이 불가로 다시 이어진 두 스님, 만허와 연정, 몇 번의 봄날을 더 함께할 수 있을까. 피와 살을 내준 아버지이자, 불가로 이끌어준 스승이다. 그 은혜를 어찌 다 갚을까. 만허와 연정, 두 스님의 특별한 인연을 통해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아버지와 딸, 두 스님은 속가의 연과 부처님의 제자라는 두 인연을 이어왔다. 딸이 수행에 정진할 수 있도록 만허 스님은 도량의 궂은 일들을 도맡아 하셨다. 나무를 심고, 도량 비질을 하고, 텃밭 농사를 손수 다 지으셨다. 그런 만허 스님이 몇 년 전부터 기력이 쇠해지시더니 작년 가을 치매가 찾아왔다.
연정 스님은 절 살림 돌보느라 바쁘지만 수시로 노스님이 계신 요사채를 들여다본다. 거동이 불편해 밖에 잘 못 나오시니 자꾸 얼굴을 보여드린다. 귀가 어두운 노스님 귀에 바짝 대고 “자두 꽃이 피었어요, 벚꽃이 떨어져요”라며 시시콜콜 바깥 안부를 전해드린다. 치매를 앓고 계시지만, 노스님은 여전히 정갈하시다. 당신 잠자리 이불도 정리하시고, 함께 나물을 뜯고 콩나물도 다듬어 주신다. 평생 부처님 모시며 부지런히 살아온 아흔넷 노스님. 치매를 앓으셔도 몸에 밴 부지런은 그대로다.

어느 날 만허 스님이 무심히 던진 말이 연정 스님을 울게 만든다. 나무하러 갈 때도 지게에 태우고 다닐 만큼 예뻐했던 막내딸을 잊으신 걸까. “넌 친딸이 아니야” 노스님의 기억이 점점 흐릿해져 간다.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오고, 절을 찾아온 반가운 두 스님. 운문사 승가대학을 함께 다녔던 연정의 도반 무관 스님이 은사 스님을 모시고 왔다. 무관 스님 역시 30년째 은사 스님을 시봉하는 중이라는데 연정은 아버지를 모시고, 무관은 은사 스님을 모시고 있으니 동병상련이다. 모처럼 절집에 수다 꽃이 피어난다. 연정 스님에게 만허 스님은 단지 아버지가 아니다. 피와 살을 준 아버지이자 불가로 이끌어주고 수행하는 딸 스님을 지켜봐 준 스승이다. 그 깊은 은혜를 어찌 다 갚을까.

한편 수행자 부녀의 봄 이야기는 오는 5월 5일부터 9일까지 매일 아침 7시 50분 KBS 1TV ‘인간극장’을 통해 안방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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