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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교육적 노동탄압” 노조 생긴 천재교과서, ‘기사 밀어내기’ 의혹도
미디어오늘
교과서 시장 점유율 1위인 천재교과서 구성원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맞서 지난 22일 사내 최초로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전국언론노조 천재교과서지부는 지난 29일 서울 금천구 천재교과서 사옥 앞에서 노조 출범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해고 부당 대기발령 노조로 저지하자”, “고용 안전 지켜내고 단체 협약 쟁취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출범 기자회견인 만큼 “천재교과서 구성원 여러분 노조에 함께해요”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점심시간을 할애해 열린 기자회견에는 다수 기업이 밀집해있는 디지털단지 내 직장인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이들 발언을 듣기도 했다.
노조에 따르면 천재교육 관계사인 천재교과서는 지난달 21일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대상자는 주로 온라인 학습 플랫폼 ‘밀크티’ 관련 부서 소속으로 한달 간 약 250여 명이 반강제적으로 퇴사했다. 회사 측은 AI(인공지능) 교과서 정책에 따른 손실과 밀크티 부문의 실적 악화를 이유로 들었으나, 구성원들은 회사가 무리하게 펼친 사업에 따른 적자를 AI 교과서 핑계를 대며 관련 없는 직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반발했다. 권고사직과 직무변경을 강요하고 거부하면 대기발령을 하는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부당 대우도 논란이 됐다. 회사는 언론에 “모든 것은 당사자의 동의와 합의를 전제로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 지부장은 “노조를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노조가 없었던 천재교과서는 특히 업무 강도가 높아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직원들이 많았기에 동료들 간의 끈끈한 유대감을 찾기 쉽지 않았다”며 “노조 설립은 정리해고라는 구조조정의 회오리를 온몸으로 막아내는 처절한 몸부림에 가까웠다”고 했다. 그는 구성원들을 향해 “여러분의 제보가 회사의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시도를 타파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며 “지금의 정리해고를 막는 것 뿐 아니라 노조가 있는 회사가 얼마나 괜찮은 회사가 될 지 만들어보고 싶다. 다시는 회사의 불법적 처우에 맥없이 동료들을 잃고싶지 않다”고 외쳤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 및 김원중 언론노조 출판노조협의회 사무국장, 정철훈 언론노조 좋은책신사고지부장, 신성민 서비스일반노조 한솔교육지회장 등 언론·출판업계 당사자들도 자리했다. 이호찬 위원장은 “대한민국 1등 교육 기업임을 내세우는 천재교과서에서 이토록 반교육적 노동 탄압이 자행될 수 있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천재교과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사실상 부당해고이고 협박이고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며 “더 이상 부당한 구조조정과 구성원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이어진다면 천재교과서는 도덕적 책임, 사회적 비난뿐 아니라 분명한 법적 책임을 질 것임을 공개 경고한다”고 했다.

정철훈 좋은책신사고지부장도 “좋은책신사고에서도 직원들의 당일 해고, 폭언과 폭력 행위, 부당 징계 등 무수히 많은 노동탄압 행위가 있었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노동탄압 행위가 극에 달해 직원 수가 절반 이하로 줄고 그 사이 수백 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며 “좋은책신사고는 저항의 시작이 너무 늦어 수많은 직원이 회사를 떠나고 난 3년 후에야 겨우 뜻을 모아 노조를 만들었다. 그러나 천재교과서 직원들은 다르다. 나와 내 동료들이 더 내몰리고 쫓겨나기 전에 힘을 합치고 노조에 가입해 목소리를 낸다면, 앞으로 발생할 불법행위와 부당한 노동조건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천재교과서 구조조정 사태 기사가 다수 보도되면서 포털에 천재교과서 관련 보도자료 기사가 쏟아지고 있어 ‘기사 밀어내기’ 의혹도 제기된다. 비판 기사가 나온 뒤 보도자료를 대량으로 뿌려 기사를 밀어내는 건 기업 홍보팀의 고전적 전략이다. 박성연 지부장은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비판 기사가 나오니까 기사를 내리려고 회사가 보도자료를 많이 쏟아내고 있다”며 “비정상적인 상황을 상식적으로 풀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