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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장례미사 구석에서 정상들은?
최보식의언론
딱딱한 의전을 받으며, 미리 예정된 안건을 형식적으로 확인하고, 기자들 앞에 서서는 '깊이 있는 논의를 했다', '서로의 인식을 새롭게 했다'고 아무리 외교적인 언사를 늘어놓아도 각자 자기 말만 한, 별 진전이 없었던 만남이었음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또는 그 전 날 저녁, 멋진 그랜드볼룸, 화려한 식당에 비싼 연회복 떨쳐 입고 앉아서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나오고 깔려도, 그렇고 그렇게 유형화된 절차에 따라 딸그락 소리도 감춰 가며 실내악 연주를 들으며 먹는 만찬에서 무슨 외교가 얼마나 되겠는가?
참가자는 고역일 것이고, 사진으로나 추억을 자랑하겠지.
비록 세기적인 교황 장례식 때문에 갑자기, 각자 아주 짧게, 하루이틀 번갯불에 콩을 튀기는 심정으로 참석했더라도 장소에 관계없이, 의자도 없이, 의자를 들고 왔다갔다하는 분주한 성당 한구석이라 해도 “어이! 트럼프!”, “왔어? 스타머?”, “싸바?”, “마크롱?”, “괜찮아? 젤렌스키?” 하며 선 채로, 서로 어깨에 손 얹고, 침이 튈 정도로 머리를 모으고 누가 들을 새라 소곤대는 저런 모습, 저런 장소에서 작은 진전이라도 모색하고 도출해 내는 '발전적인' 외교가 성립되는 것, 아닐까?
아무리 형식이 내용을 결정 짓는다, 해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