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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리비언 리마스터’ 한국만 지역 제한, 왜?


22일 밤(국내 기준), 글로벌 게임 커뮤니티는 깜짝 소식으로 즐거움에 휩싸였다. 루머만 무성하던 베데스다 소프트웍스의 오블리비언 리마스터가 깜짝 발표된 것에 더해 실제 출시까지 한 덕분이다. 반면 국내 게임 커뮤니티는 분노에 휩싸였다. 한국어 미지원뿐만 아니라, 지역 제한까지 걸려 PC(스팀), Xbox(MS 스토어), PS 스토어 등에서 게임 구매 자체가 막혔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구매 후 선물받아 등록하는 것까지 막혔는데, 이렇게까지 제한을 건 지역은 전세계에서 한국 뿐이다.
지금까지 게임에 지역 제한이 걸린 사례는 ▲문화적, 법적으로 해당 국가에서 판매가 부적절하다 판단되는 타이틀일 경우, ▲해당 지역 퍼블리셔가 별도로 존재해 사업적 충돌이 생길 수 있는 경우, ▲한국 심의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와 심의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로 나뉜다. 이번 작품의 경우 첫 번째와 두 번째 경우엔 해당하지 않기에, 심의와 관련해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리마스터 전 원작이 과거 게임위를 통해 청소년이용불가등급을 받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이에, 게임위 측에서 MS의 15세이용가 분류 결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을 가능성이 점쳐졌다. 게임위는 현재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에 대한 심의를 맡고 있으며,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한 차례 등급을 매겼다 하더라도 이의제기를 통해 등급을 재심사 하는 사후관리도 시행하고 있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리마스터로 인한 그래픽 발전이 심의 과정에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게임위는 비슷한 수준의 폭력성이더라도 비주얼과 연출의 사실성에 따라 등급을 달리 매긴다. 원작은 청소년이용불가로 출시됐지만, 리마스터 버전은 원작보다 더 발전된 그래픽 때문에 폭력성이나 잔혹도가 높아졌고, 이로 인해 등급거부 이유가 생겼을 지도 모른다는 추측이다.
그러나, 취재 결과 위의 두 가지 가정은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게임위 관계자는 게임메카와의 통화에서 “오블리비언 리마스터와 관련된 등급분류 신청은 접수된 바 없다”라며,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오블리비언 리마스터의 자체등급분류 결과에 대한)사후관리와 관련해서도 조치를 취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가능성은 베데스다 측에서 게임의 사전 유출을 막기 위해 게임물관리위원회 심의 절차를 미뤘을 경우다. 과거부터 게임물관리위원회 등급 분류는 미공개 게임이 사전 유출되는 통로 중 하나였다. 특히 이번 리마스터의 경우 개발 사실부터 출시 일정까지 최대한 숨겨 온 바 있다. 이에 사전에 정보가 새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늦게 심의를 신청했고, 그 전까지 한국 지역 제한을 걸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경우 MS를 통해 15세이용가 등급을 사전에 받은 것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현재 게임메카는 MS를 통해 오블리비언 리마스터 관련 등급 분류 현황과 국내 지역 제한 원인에 대해 문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