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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요즘에도 자꾸 겨울옷을 입으려 한다면 '이 병' 의심해 보세요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병이 아니다. 발병 수년 전부터 뇌에서는 서서히 변화가 시작되며, 본격적인 진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다양한 전조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발병 1년 전부터는 비교적 뚜렷한 이상 신호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감지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신호들이 흔히 ‘나이 들어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여기며 무심코 넘겨버린다는 데 있다. 하지만 조기에 변화의 징후를 포착하면, 적절한 치료와 관리로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 가능하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초기 증상은 단기 기억력 저하다. 예를 들어 방금 들은 이야기나 일정, 물건을 둔 장소를 잊어버리고, 그것을 반복적으로 묻는 경우가 많아진다. 단순한 깜빡거림과는 다르게, 자주 잊고, 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치매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최근에 있었던 일보다 수십 년 전 이야기를 더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도 단기 기억력 저하의 한 형태다.

시간과 장소에 대한 감각 저하도 대표적인 전조 증상이다. 자신이 있는 장소가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위치를 혼동하거나, 요일이나 계절, 시간대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이 보일 수 있다. 외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헤매거나, 약속 시간에 자꾸 착오가 생기는 등 시공간에 대한 혼란은 경계해야 할 신호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언어 능력의 저하와 대화 능력의 감소가 대표적이다. 평소 잘 쓰던 단어가 갑자기 떠오르지 않거나, 문장을 완성하지 못하고 중간에 말이 끊기는 경우가 있다. 상대의 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간단한 설명조차 반복해서 듣고 묻는 경우가 반복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사람들과의 대화를 기피하고 점차 사회적 관계를 줄여나가는 경향도 관찰된다.

또한 판단력과 문제 해결 능력의 저하도 1년 이내 발병의 중요한 지표로 본다. 예를 들어 기온에 맞지 않는 옷차림을 하거나, 위험한 상황에서도 적절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생활 속 소소한 의사 결정조차 어려움을 겪으며,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일상을 유지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치매는 단순한 뇌기능 저하뿐 아니라 신체 움직임 변화로도 나타날 수 있다. 걸음걸이가 느려지거나, 걸을 때 균형을 잡기 어려워지는 등 미세한 운동기능 저하도 초기 증상 중 하나로 간주된다. 특히 파킨슨병과 연관된 ‘파킨슨형 치매’의 경우, 이러한 신체 증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외에도 시각 정보 처리 능력 저하도 흔히 보고된다. 계단의 높낮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공간감각이 떨어져 부딪히거나 넘어지는 일이 잦아지는 것이다. 복잡한 패턴의 물건을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증상들이 단독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몇 가지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자신 또는 가족 중 누군가에게 위와 같은 변화가 반복적으로 감지된다면, 단순한 노화로 넘기지 말고 조기에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