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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K TV 홀로 내놓은 삼성, 발뺀 LG…왜?

삼성전자는 꾸준히 8K TV 신제품을 선보이는 반면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에 8K TV를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높은 가격에도 8K를 지원하는 전용 콘텐츠가 여전히 부족한 점이 LG전자가 사업 전략을 바꾼 이유로 관측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에 이어 꾸준히 8K TV를 출시하는 이유는 '고사양'이라는 점을 마케팅 소구점으로 활용해 프리미엄 TV 시장 영향력을 키우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또 산업 저변을 확대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는 차원이기도 하다.
반면 LG전자는 지난해 액정표시장치(LCD) 라인업 QNED TV 8K를 출시한 이후 신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프리미엄 라인업인 OLED TV의 경우도 2023년 8K 버전 출시가 마지막이다.
삼성전자와 달리 LG전자가 8K TV를 새롭게 출시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는 콘텐츠 부족이 꼽힌다.
8K 전용 장비를 갖춘 유튜브 일부 영상과 소수 지상파 방송을 제외하고는 현재 8K로 공급되는 콘텐츠가 많지 않다. 지상파 방송,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일반 소비자가 즐기는 대부분 채널은 4K 이하로 콘텐츠가 제공된다. 소니가 일부 8K 출력을 지원하는 플레이스테이션5 프로 제품을 내놓았으나 극소수의 콘텐츠만 작동되는 실정이다.
삼성전자는 일반 해상도 영상을 8K 고해상도 영상으로 만드는 '인공지능(AI) 업스케일링' 기술로 보완하고 있다. 올해는 ‘NQ8 AI 3세대’ AI 프로세서를 탑재한 2025년형 '네오 QLED 8K(QN990F)'를 최초 공개했다.
LG전자는 업스케일링이 가능하더라도 네이티브 8K가 없고 업스케일링한 화질과 오리지널 4K 화질의 차이를 체감하기 어렵고, 비싼 가격으로 판매돼 효용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비싼 가격도 LG전자가 출시를 멈춘 이유다. 2024년형 LG QNED 에보 8K 모델 출시가격은 75인치 929만원, 86인치 1140만원이다. 비슷한 모델 4K 제품이 75인치 319만~449만원, 86형 기준 459만~619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배쯤 비싸다.
8K TV의 콘텐츠 부족과 비싼 가격 문제는 시장 성장세를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8K TV 시장은 축소를 거듭하고 있다. 8K TV 출하량은 2022년 38만6800대에서 2023년 21만4400대로 절반에 가까운 수준인 44.6% 감소했다. 2024년 출하량 13만6800대로 전년 대비 약 36% 줄었다.
2017년 샤프가 최초로 8K LCD TV를 출시하면서 8K TV 시장의 문을 연 이후 7년을 맞았으나 연간 출하량이 13만대 수준에 불과하다. 글로벌 전체 TV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으로 8K TV가 차지하는 비중은 0.1%다.
8K TV 신제품을 지속 출시하는 삼성의 출하량도 감소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8K TV는 2022년 약 25만대에서 2023년 16만5800여대로 줄었다. 2024년에는 10만6900여대로 매년 30% 중반대의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영국 IT 매체 왓하이파이는 "8K는 4K만큼 주류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이용할 수 있는 8K 콘텐츠가 부족할 뿐 아니라 8K 블루레이에 대한 수요 자체도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