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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kg당 20만원 넘는 고급 식재료지만 사실 10년째 한국 바다 죽이고 있는 생물
위키트리
성게는 해양 생태계에서 먹이사슬의 중간 위치에 있는 생물로, 자연 상태에서는 해조류를 적당히 소비하면서 생태계 내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성게 개체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이들의 과도한 해조류 섭취가 바다 사막화를 초래하고 있다.
성게는 하루 종일 해조류를 갉아 먹으며 살아가는데 개체 수가 많아질수록 해조류의 소실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들은 미역, 다시마 같은 대형 해조류는 물론이고 작은 조류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다. 심지어 해조류 포자가 정착하는 단계에서부터 갉아먹기 때문에 해조류의 재생산 주기를 철저히 파괴한다. 결국 해조류가 전멸한 바다에는 광활한 암반 지대만 남게 되고 이는 사막화된 해저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이어진다.

성게가 해양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은 양면적이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성게는 해조류를 적당히 소비하면서 생태계 내 해조류의 과잉 성장을 억제하고 생태계 다양성 유지에 기여한다. 성게는 다양한 어종의 먹이원이 되며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지탱하는 중간 매개체 역할도 수행한다. 반면 부정적인 측면에서는 과도한 성게 개체 수가 해조류를 초토화하면서 해양 생태계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포식자인 해달, 광어, 문어 등이 감소하면서 성게의 자연 개체 수 조절 메커니즘이 붕괴해 문제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성게 번식으로 인한 바다 사막화가 심각하게 나타나는 해역 중 하나는 동해안 일대다. 그중에서도 독도 인근 해역은 해양 생물 다양성이 매우 풍부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황폐화하고 있다. 이 지역은 다양한 해양 생물이 서식하던 해저 숲이 있었던 곳으로,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생물학적 생산성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됐었다. 그러나 현재는 대부분의 해저가 민둥 바위로 변했고 산호와 해면동물, 갑각류 등의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바다 생명력 자체가 크게 위축됐다.
2018년 국가해양생태계 종합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도에는 약 322종의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해양생물의 서식지 역할을 하는 감태, 대황 등 갈조류를 포함해 약 68종의 해조류가 독도에 서식하고 있어 단위 면적당 생물량이 국내 최고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독도 주변 해역에서 해조류를 섭식하는 둥근성게의 이상증식과 암반을 하얗게 덮는 석회조류의 확산으로 갯녹음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어 해양생물의 다양성 감소와 해양생태계 균형의 훼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은 성게의 번식력을 억제하기 위해 성게 포획을 장려하고 성게를 이용한 산업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식용 성게의 시장 확대와 성게 추출물의 화장품 및 의약품 원료화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다.

이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대응 사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오키나와와 홋카이도 해역에서 성게로 인한 해조류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게 포획 보상제'를 운영하고 있다. 어민들이 성게를 일정량 이상 포획하면 정부가 이에 대해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호주는 포식성 어류의 방류를 통해 성게 개체 수를 자연적으로 조절하고 있으며 동시에 성게를 고급 식재료로 브랜드화해 상업적 수요를 촉진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런 특성은 번식력과 생존력이 결합해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떠오르게 만든다. 아무리 많은 성게를 제거해도 몇 마리가 남아 있으면 곧바로 수천 마리로 불어나는 일이 반복된다. 성게를 포식하는 생물들의 회복이 더뎌진 현재 상황에서는 이 생태계 불균형을 인간이 오롯이 떠안게 되는 셈이다.
아울러 바다 사막화가 진행된 곳에 사는 성게는 대부분 해초가 부족해 굶은 상태이기 때문에 상품성이 없어 채취 후 열어 봐도 먹을 게 없다. 즉 맛있는 성게를 먹기 위해서도 성게 제거 작업이 필요한 셈이다.
결국 성게로 인한 바다 사막화 문제는 단순히 특정 생물 하나의 문제가 아닌 전체 해양 생태계 구조와 인간 활동의 복합적인 결과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게 개체 수 조절과 더불어 해양 생물 다양성 회복, 포식자 복원, 해조류 숲 재건 등 다각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성게를 둘러싼 바다의 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수산업과 해양관광, 그리고 미래 세대의 생태적 자산과도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더욱 깊은 사회적 인식과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