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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픈 사랑

-류 근-

그대 보내고 가을 새와 작별 하듯
그대 떠나보내고 돌아와 술잔을 앞에 앉으면 눈물을 나누나
그대 보내고 아주 지는 별빛 바라볼 때
눈에 흘러내리는 못다 한 말을
그 아픈 사랑 지울 수 있을 까

어느 하루 빌라도 추억처럼 흩날리는 거리에서
쓸쓸한 사람 되어 고개 숙이면
그대 목소리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어느 하루 바람이 젖은 어깰 스치며 지나가고
그대 미워져
너무 아픈 사랑은 아니 었음을

이제 우리 다시는 사랑으로 세상에
오지 말기
그립던 말들도 묻어 버리기
못다 한 사랑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 있음을


봄비
-고정희-

가슴에 밑으로 흘러보낸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언 강을 풀리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
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
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

오 그리운 이여
저 비 그치고 보름달 떠오르며
우리들 가슴 속의 수문을 열자
봄비 찰랑대는 수문을 쏴 열고
꿈꾸는 들판으로 달려나가자
들에서 얼싸안고 아득히 흘러가자
그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리
다만 둥그런 수평선 위에서
일월성신 숨결 같은 빛으로 떠오르자


봄밤 /안도현

내 마음이 이렇게 어두워도
그대 생각이 나는 것은
그대가 이 봄밤 어느날 마당가에서
한 그루 살구나무로 서서
살구꽃을 피워내고 있기 때문이다
나하고 그대하고만 아는
작은 불빛을 자꾸 깜박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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