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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소송비만 2000억… 법조인 사외이사로 ‘방패막(?)’ 세운 통신사


SK텔레콤은 3월 26일 열리는 주총에서 김창보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의안 등을 처리한다. 사법연수원 14기인 김창보 변호사는 제주지법·서울지법·광주고법·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거쳐 법원행정처 차장·처장 직무대행, 서울고등법원장,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KT는 3월 31일 주총을 열고 김용헌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는 의안 등을 처리한다. 사법연수원 11기인 김용헌 변호사는 법원행정처 조사심의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법 민사수석부장판사,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대전지방법원장, 서울가정법원장, 광주고등법원장,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으로 일했다.
LG유플러스는 3월 25일 주총을 열고 남형두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는 의안 등을 처리한다. 사법연수원 18기인 남 교수는 1992년부터 2007년까지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로 활동했고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회장,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위원,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의원 등을 역임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통신사들의 법조인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한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회사 법무팀이 존재하는데 왜 사외이사 영역까지 법조인 출신이 들어가는지 의문스럽다. 애초 엔지니어 등이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게 사외이사제 도입 취지 아닌가"라며 "통신사들이 각종 소송에 연루된 상황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신3사는 각종 송사에 휩싸이며 사법리스크에 노출된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9월 30일 기준)에 따르면 KT는 248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며 LG유플러스(96건)와 SK브로드밴드(21건)가 뒤를 이었다. SK텔레콤(SKT)은 따로 소송 건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KT는 통신사 중 가장 많은 1738억7100만원의 소송가액을 적시했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소송가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통신사 모두 합쳐 2000억원은 충분히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통신3사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판매장려금 담합 혐의로 과징금 1140억원을 부과받은 것과 관련해 행정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통신사들은 적법한 인물을 사외이사로 뽑았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은 "김창보 변호사는 리스크 관리 및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전문가로서 오랜 기간 쌓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회사의 사업 및 투자 의사결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들을 다면적으로 평가·확인·대응할 수 있는 탁월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KT는 "김용헌 변호사는 법률적 통찰력과 위기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KT가 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AICT)컴퍼니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법률적 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미래 혁신을 뒷받침할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남형두 교수는 법률 전문성과 더불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상법상 자격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최대주주 및 경영진과의 직·간접적인 관계 및 우호적인 관계 등이 없는 독립적인 위치에 있는 후보자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통신사별 지난해 사외이사 1인당 평균보수액을 살펴보면 SK텔레콤 1억5677만원, LG유플러스 9600만원, KT 5800만원(2024년 6월 기준)이다. SK텔레콤은 100억원, KT는 58억원, LG유플러스는 50억원을 이사 총 보수 최대한도로 설정하고 이번 주총에서 승인받을 방침이다.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