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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인사이드] 尹 석방 때 논란된 ‘구속기간 계산법’… “日 기준·시간 기준, 확정된 것 없어”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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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서 ‘구속기간 계산법’이 논란이 됐다. 검찰은 ‘날(日)’ 기준으로 구속 기간을 계산해 왔는데 법원이 ‘시간’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새로운 계산법을 적용한 것이다. 앞으로 법원이 ‘시간’ 기준을 확립한다면 형사 사법 절차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전경./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전경./연합뉴스

◇“日 기준 적용하면 구속기간 길어져…피의자에 불리”

형사 사법의 대원칙은 “불분명할 때는 피의자·피고인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라(in dubio pro reo)”라는 것이다.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하면서 ‘날(日)’ 기준이 아닌 ‘시간’ 기준으로 구속 기간을 계산한 것도 이 원칙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구속 취소 신청을 내면서 서류가 법원에 갔다가 검찰로 돌아온 시간이 문제가 됐다. 지난 1월 17일 오후 5시 46분부터 1월 19일 새벽 2시 53분까지 총 33시간 7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과거부터 검찰이 적용해 온 ‘날(日)’ 기준에 따르면 구속 기간이 3일간 연장된다. 반면 ‘시간’ 기준으로는 33시간 7분간 구속 기간이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거의 이틀간 구속 기간이 줄어드는 셈이다. 한 변호사는 “피의자·피고인 입장에서는 1분, 1초라도 구속 기간을 줄이고 싶을 테니 ‘날 기준’보다 ‘시간 기준’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귀연 부장판사는 ‘시간’ 기준이 검찰에도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서류가 법원에 갔다가 검찰에 돌아오는 시간을 기준으로 구속 기간을 계산하면 오히려 검찰이 피의자를 구속 상태로 조사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7월 1일 오후 2시 구속심사 서류를 접수해 다음 날(7월 2일) 오후 1시에 반환했다면 ‘날’ 기준을 적용하면 구속 기간 2일이 지나가 버린 셈이 되지만 ‘시간’ 기준에 따르면 23시간만 지나간 게 된다.

◇“시간 기준 적용 계산법, 확정된 판례는 아니다”

시간 기준으로 구속 기간을 계산하는 방식은 아직 법원의 확정된 판례는 아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 12일 “구속기간 계산법과 관련해 확립된 판례는 없다”면서 “(윤 대통령에게 시간 기준 계산법을 적용한) 이번 (지귀연 부장판사의) 결정이 상급심에서 그대로 유지될지 알 수 없고 판단을 받아봐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천 법원행정처장은 “법원 결정은 상급심에서 번복될 때까지는 존중돼야 한다”고도 했다.

대검찰청도 지난 11일 기존 관행대로 구속 기간을 ‘시간’이 아닌 ‘날’ 단위로 계산하라고 지시했다. “각급 청에서는 대법원 등의 최종심 결정이 있기 전까지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구속기간을 산정하라”고 한 것이다. 다만 “구속 기간 산정과 관련해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은 사전에 대검 형사정책담당관실과 상의해 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대법원도 대검도 확정적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라며 “검찰 일선에서는 ‘날’ 기준이든 ‘시간’ 기준이든 구속 기간이 짧아지는 계산법을 적용해 위험 부담을 줄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현장에선 “나도 구속 취소로 풀려날 수 있느냐” 문의도

형사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들은 구속된 피의자들로부터 “나도 구속 취소 신청을 내고 ‘시간’ 기준 계산법을 적용해 풀려날 수 있느냐”는 문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한 변호사는 “‘시간’ 기준으로 구속 기간을 계산한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은 처음 나온 예외적인 사례라 이를 근거로 내세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판사는 “만약 구속 기간 계산 기준이 ‘시간’으로 바뀐다면 사건 별로 법원이 시간을 정확하게 따져 구속 기간을 산정하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피의자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면서 검찰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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