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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만으로는 부족해요 : <여행 아닌 여행기>
―요시모토 바다나, ≪여행 아닌 여행기≫, 민음사, 2023. ★★★
번역 때문인지, 아니면 작가의 문장이 본래 그러한 것인지, 미묘하게 어긋나 있습니다. 큰 틀에서는 오류라 하기 어렵지만, 집중이 되지 않고 공감도 어려워요. 특히 조사와 어미가 그렇습니다. 이런 어긋남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 이번 책에서는 불편함이 더 크게 느껴졌어요.

동일본대지진을 다룬 <30년 이야기>가 특히 그랬어요. 도입부에 지진 이후에 느꼈던 공포가 제시됩니다. 이런 진술은 직접 경험한 사람이 아니면 이야기하기 힘들지요. 여기까지는 인정. 하지만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 일어났는데, 방구석에서 느끼는 공포를 언급하고, 후반부에는 일상의 회복을 다룹니다. 아무래도 사건의 중심이라고 보기는 어렵지요. 핵심을 회피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언급하지 않는 편이 타당하지 않을지.

이런 변화는 나이 때문이기도 하겠어요. 요시모토 바나나가 1964년생이니 어느새 60대. 아무래도 젊은 감각을 유지하기는 어려운 연령입니다. 이 책은 2012년에 발간되었는데, 그때 이미 기성세대의 분위기가 강했군요.
함께 청년기를 지난 작가가 나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썩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더 이상 감각으로 자기 세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해요. 이제 인식의 깊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아니, 그럴 때가 훌쩍 지났어요. 어느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