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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만으로는 부족해요 : <여행 아닌 여행기>
감각만으로는 부족해요 : <여행 아닌 여행기>
―요시모토 바다나, ≪여행 아닌 여행기≫, 민음사, 2023. ★★★



번역 때문인지, 아니면 작가의 문장이 본래 그러한 것인지, 미묘하게 어긋나 있습니다. 큰 틀에서는 오류라 하기 어렵지만, 집중이 되지 않고 공감도 어려워요. 특히 조사와 어미가 그렇습니다. 이런 어긋남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 이번 책에서는 불편함이 더 크게 느껴졌어요.
이 문제의 원인을 문장이 아니라 감각 혹은 태도에서 찾을 수도 있겠습니다. 작가는 사건에 중심에 서지 않아요. 항상 비켜난, 아니면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개인 혹은 소집단의 이야기를 다룰 때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아요. 2010년대까지 작가의 작품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하지만 더 큰 범위를 다루게 되면 문제가 드러납니다.

동일본대지진을 다룬 <30년 이야기>가 특히 그랬어요. 도입부에 지진 이후에 느꼈던 공포가 제시됩니다. 이런 진술은 직접 경험한 사람이 아니면 이야기하기 힘들지요. 여기까지는 인정. 하지만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 일어났는데, 방구석에서 느끼는 공포를 언급하고, 후반부에는 일상의 회복을 다룹니다. 아무래도 사건의 중심이라고 보기는 어렵지요. 핵심을 회피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언급하지 않는 편이 타당하지 않을지.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은 일본 버블 시대의 느낌이 강해요. 글로벌하면서도 일본적이고, 세련되지만 서민적이고, 폐쇄적인 듯한데 관대합니다. 이것이 분명한 매력이었어요. 적어도 20세기 말과 21세기 초반 작품들은 분명히 그랬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시점에서는 다소 낡았어요. 일본 사회의 현재 모습이 그러한 것처럼. 레트로적인 아름다움과 재미는 여전히 인정되지만, 예전처럼 앞서 나간다는 느낌은 더 이상 찾기 어렵습니다.


이런 변화는 나이 때문이기도 하겠어요. 요시모토 바나나가 1964년생이니 어느새 60대. 아무래도 젊은 감각을 유지하기는 어려운 연령입니다. 이 책은 2012년에 발간되었는데, 그때 이미 기성세대의 분위기가 강했군요.

함께 청년기를 지난 작가가 나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썩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더 이상 감각으로 자기 세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해요. 이제 인식의 깊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아니, 그럴 때가 훌쩍 지났어요. 어느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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