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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는 윤석열·김건희 딥페이크 영상을 차단하지 않았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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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딥페이크 영상을 차단했다는 기사들이 나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딥페이크 영상에 김건희 여사가 나오지 않을뿐더러 실제와 허위가 구분이 가지 않는 딥페이크 영상이라기보다 ‘풍자물’에 가깝다.

지난 18일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 직후 나온 기사들의 제목이다.

「방심위, 윤대통령 내외 딥페이크 영상 2건 접속차단」 (연합뉴스)

「방심위, 윤석열 대통령·김건희 여사 딥페이크 영상 2건 접속 차단 결정」 (조선비즈)

「방심위, ‘尹 부부 딥페이크 영상’ 2건 접속 차단 의결」 (세계일보)

「방심위, 尹부부 딥페이크 접속차단…“방치하면 나라 두동강”」 (머니투데이)
기사 제목과 달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딥페이크 영상을 차단하지 않았다. 방심위가 18일 통신소위에서 차단한 영상은 2개인데, 「윤석열 대통령 “비상 계엄 선포” 패러디」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연설을 짜깁기한 것이고 「윤석열, 김건희 긴급체포 서울동부구치소 첫날밤」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구치소에 수감된 상황을 가정해 캐릭터 몸에 얼굴만 합성한 형태로 연출한 가상극이다.

「윤석열 대통령 “비상 계엄 선포” 패러디」는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윤 대통령이 연설 도중 맥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총을 겨누는 모습을 연출했지만 김건희 여사가 등장하지 않는다. 「윤석열, 김건희 긴급체포 서울동부구치소 첫날밤」은 김건희 여사가 등장하지만 딥페이크 기술이 활용되지 않았다.

기존에 방심위가 ‘신속심의’한다고 밝혔던 윤 대통령 부부의 수영복 딥페이크 영상은 심의 전 이미 영상이 삭제돼 ‘미유통’으로 안건이 각하됐다. 방심위가 통신소위에서 차단한 영상 2개는 해당 수영복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했던 유튜버의 다른 영상이다. 심의가 예고됐던 콘텐츠가 삭제됐음에도 긴급 회의가 열리자 언론노조 방심위지부는 “재생이 되는 심의대상 URL들을 찾아내 어떻게든 회의의 요건을 만들어 내려는 부서장들”이라고 비판했다.

‘딥페이크 영상’을 언급한 기사 제목들처럼 방심위원들도 ‘딥페이크가 사회에 미치는 해악’을 강조하며 두 영상을 접속차단 의결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초기에 차단하지 않으면 앞으로 이런 영상들이 봇물처럼 심각한 사회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용조항도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였다.

그러나 딥페이크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현실과 허구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발달된 기술 때문이다. 방심위원들은 해당 영상들을 심의하며 ‘누구나 조작된 영상임을 알 수 있다’고 인정했는데, 그러면 어떠한 ‘사회 혼란이 야기’됐는지의 문제가 남는다. 딥페이크 피해 당사자가 명예훼손을 주장했다면 다를 수 있지만, ‘사회 혼란 야기’를 이유로 심의하기엔 기준이 자의적이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18일 미디어오늘에 “건전한 사회통념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영상이 허구임을 인지할 수 있다. 어떤 구체적인 허위의 사실을 진실한 사실인 것처럼 조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조롱, 의견이나 평가를 담고 있는 허구를 전제로 하는 ‘풍자물’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방심위가 차단한 영상들엔 ‘영상은 AI로 생성된 것이며 실제가 아닙니다’, ‘팩션 디지털 연극’ 등의 문구가 있다. ‘팩션 연극’은 실화(팩트)와 허구(픽션)를 결합한 연극을 의미한다.
설령 실제 모습과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딥페이크 영상이 정교하게 꾸며졌다고 하더라도 방심위 심의 잣대가 여전히 자의적이라는 문제는 남는다. 연예인과 정치인 등 공인을 패러디한 딥페이크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이미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그 수많은 영상 중에서 왜 하필 윤석열 대통령 관련 영상만 먼저 심의했는지의 문제다. 더군다나 이날 심의에 참여한 방심위원 3인(류희림·강경필·김정수)은 전원 윤석열 대통령 추천 위원이다.

방심위가 대통령의 ‘심기경호성’ 심의를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방심위는 지난해 2월에도 윤 대통령의 연설을 짜깁기한 풍자 영상을 신속심의 후 차단한 바 있다. 당시에도 근거 규정은 ‘사회혼란 야기’였고, 초기 보도에 ‘딥페이크’ 영상으로 잘못 알려졌다. 같은 양상의 반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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