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읽음
산양유
(2025년 1월 24일)


산양유


쉰살이 넘어 다시 주말부부를 한다

살냄새가 간절할 나이도 지났고 외로움을 타는 성격도 아닌데 잠을 놓치는 날이 적지 않다 책을 보자니 금새 눈이 침침해지고 음악을 듣자니 다시 음악을 끄고 잠들어야 하는 일이 영 마뜩찮다

몸은 피곤한데 잠이 쉬 오지 않는 날은 골목 편의점에서 우유를 사다 마시곤 했다 우유가 잠에 도움이 되었는지 우유를 마셨으니 잠들 수 있다는 생각이 잠에 도움이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냥 잠드려 하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았다 포만감 때문에 잠든 건가?

주말에 서울 집에 갔다가 내려올 짐을 챙기는 데 아내가 산양유를 다섯통이나 가방에 넣어준다 분말로 된 거니까 물에 타서 마시면 돼,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이따금 산양유 가루를 뜨거운 물에 타 마시고 잠자리에 들고 했다 소금 몇알 넣어 마시면 맛도 그만이었다

한때 숟가락으로 산양유 가루를 떠서 물에 넣다보면 작은 방부제 봉투도 함께 딸려 들어갈 때가 적지 않다 벌써 몇번째야, 설마 죽기야 하겠어, 그냥 대충 먹고 잘 것인지 번거로워도 다시 타서 마실 것인지 이래저래 생각하다보면 애꿎은 잠만 멀어지고 만다

쉰살이 넘어 다시 잠드는 연습을 한다

* ​박성우,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에서 (84~85)
- 창비시선 507, 2024.7.26



:
쉰살이 훌쩍 넘어서야 주말부부를 한다 ( ~ )

몸은 피곤한데 잠이 쉬 오지 않는 날은 골목 편의점에서 소주를 사다 마시곤 했다 소주가 잠에 도움이 되었는지 소주를 마셨으니 잠들 수 있다는 생각이 잠에 도움이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냥 잠들려 하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았다 포만감 때문에 잠든 건가? ( ~ )

예순을 바라보며 다시 잠드는 연습을 한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다행한 일이다 - * 박노해

고 2때 처음 만난
술에 대한 내 사랑이 그러하다
참 다행이다

( 250124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0123 시를 맛보다 문득, 열어 본 일집 냉장고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