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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급여 안 주겠다는 금융노조… 인권위 “노동자 보호할 노조가”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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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지난 9월 11일 오후 여의도 의사당대로에서 '2024 임단투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노조 홈페이지 캡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지난 9월 11일 오후 여의도 의사당대로에서 '2024 임단투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노조 홈페이지 캡처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신용카드사, 캐피탈사 직원들이 가입해 있는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산하 연구원 소속 직원에게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거부했다.

인권위는 지난 달 18일 금융노조가 산하기관 직원인 진정인 A씨에게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라는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31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금융노조 산하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A씨는 지난 해 연구소 측에 육아휴직급여 지급을 신청했다. 고용보험공단에서 받는 것과 별개로 사업주가 지급하는 금액을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 연구소는 연구소장과 부소장 등 비상근직 2명과 상근직 3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돼 있다. 비영리 사단법인 형태로 금융노조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다. 매년 금융노조로부터 인건비 등을 전액 지원받아 운영한다.

연구소장 B씨는 A씨가 육아휴직을 지급해달라고 신청하자 승인했지만 이후 결정을 뒤집었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연구소가 미혼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어 선례가 되면 향후 재정적으로 부담된다”며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A씨 외에 이 연구원 상근 근로자 2명으로 모두 30대 비혼 여성이다.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금융노조 법률원 자문도 받았다.

A씨는 이 같은 결정은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 행위라고 주장하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반면 금융노조 측은 “연구소는 극소수 인원이 근무해 육아휴직자가 발생하면 대체 인력 채용에 따른 추가 재원 투입이 불가피해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금융노조와 산하 연구소는 별개의 법인이고 회계도 분리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조사를 통해 연구소의 실질적 운영 권한이 금융노조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소는 예산·사업계획 수립·복무 및 근태·업무 보고 등에서 금융노조의 지휘·감독을 받았고, 육아휴직급여 지급 규정도 금융노조의 규정을 준용하게 돼 있었다.

인권위는 “금융노조 남성 근로자에게 육아휴직급여가 지급된 사례가 있는데 예산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진정인에게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노조에게 A씨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그러자 금융노조는 “연구소와는 별개의 법인격으로, 인권위 결정 내용을 연구소에 전달했다”면서 “금융노조의 육아휴직 관련 보수 규정을 선제적으로 개정해 연구소에도 적용하겠다”고 회신했다. A씨에게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겠다고는 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금융노조는 권고 취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기존 태도를 고수했다”면서 ”노동자를 보호하고 노동권을 증진해야 할 책무가 있는 금융노조가 성차별적 관행을 시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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