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읽음
바람은 몇살이야
(2024년 12월 12일)


바람은 몇살이야


오래전 봄날
네살짜리 아이와 손잡고 언덕을 올랐을 때
마침 바람이 불었다

그때 아이가 불쑥
"바람은 몇살이야?" 물었다

어쩌면 저 어린것이
바람에도 나이가 있다고 생각했을까
신기해서 한참이나 아이를 바라보다가
나는 궁색한 대로
"바람은 나이가 없단다 잘 날이 없으니까"
대답했던 것인데
아이는 궁금한 것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바람은 집이 어디야?" 다시 물었다
"바람은 집이 없단다 떠돌아다니니까"
바람 잘 날 없는 내가
그렇게 대답했던 것인데
길 위에서 아이는 어리둥절하고
몇차례 바람 속에서도
우리는 무사하였다

멀리
강물이 내려다보였다

* 천양희, [몇차례 바람 속에서도 우리는 무사하였다]에서 (78~79)
- 창비시선 510, 2024. 9.27


:
그러하다,

몇차례 바람 속에서도
우리는 무사하였다

우리는
마땅히 길을 찾을 것이다.

( 241212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박건구 作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