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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어려운데"… '환율 불확실성' 고심 깊어지는 면세점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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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으로 부침을 겪고 있는 면세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때 아닌 비상계엄령 여파에 탄핵 정국이 급물살을 타면서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고 있어서다. 미국·영국·일본 등 일부 주요 국가에서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까지 발령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면세 시장이 더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여파에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1원 오른 1419.2원에 마감했다. 오전 한때는 2차 계엄 가능성이 흘러나오면서 1429.2원까지 치솟았다. 하루 전에는 장중 1446.5원을 찍으며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15일에 기록한 1488.0원 이후 15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고환율은 면세업계 매출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 중 하나다. 면세점은 달러를 기준으로 상품을 팔기에 환율 변화가 실시간으로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환율이 오르면 면세점의 상품 매입 부담이 커지는 건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고환율 영향이 이미 면세점 상품이 아울렛·백화점 할인 상품보가 고가에 판매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당분간 탄핵 정국에 정치적 불안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면세업황 부진도 길어질 전망이다.

호텔롯데가 운영하는 롯데면세점은 1·2분기 적자에 이어 3분기 4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면세점은 올 하반기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해외 부실 면세점을 철수 등을 통해 상황 대응에 나섰다. 같은 기간 162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신세계면세점도 지난달 첫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신라면세점과 현대면세점도 3분기 각각 382억원과 8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일부 국가에서는 한국 여행에 대한 경보를 발령하면서 연말 특수도 기대하긴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비상계엄 선포 사실이 해외에 알려지자 영국 외무부는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발령했고, 이스라엘 외무부는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국 방문을 자제하라고 전했다. 미국 국무부도 여행 중인 자국민에게 계엄령 해제 후에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라고 경고했다.

이에 방한 예정인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여행을 미루거나 취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면세업계는 중국의 경기침체와 여행 소비 트렌드 등의 변화로 영업 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월 기준 인천국제공항 출입국 객수는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과 비교해 96% 수준으로 회복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면세점 매출 회복은 59% 수준에 그쳤다.

면세점 관계자는 "현재 판매중인 물품들은 직매입을 완료한 이후기 때문에 고환율이 당장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라며 "안 그래도 어려운데 탄핵 리스크까지 겹치니 여행 시장 전반이 위축될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상이 기자 differen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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