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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보좌관의 글을 올립니다
한창민의원 보좌관이 올린글입니다
[2024년, 국회에서 계엄군을 마주하다]
1. 평생 계엄군을 직접 마주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것도 대한민국 국회라는 공간에서 말입니다.
그런데 지난밤, 국회 운동장에 전투헬기가 착륙하고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를 진입하는 모습을 두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누군가는 이번 계엄이 몇 시간짜리 해프닝에 불과했다고, 계엄군의 능력이 별로였다고 비웃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순간, 우리가 역사 속에서만 들어왔던 '계엄'이라는 단어가 현실이 되었고, 긴장과 공포가 엄습했습니다.
2. 현장에 투입된 계엄군은 국회로 투입된다는 사실조차 도착 전까지 몰랐다고 합니다. 막상 헬기가 내려앉은 곳이 국회 운동장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들이 느꼈을 당황스러움은 감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현장에서 목격한 계엄군의 움직임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빠르게 질주하지도, 위압적인 태도를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들은 일상적인 걸음으로 국회 본관을 향했고, 진입을 시도할 때도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3. 물리적 충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밀고 당기는 몸싸움은 불가피했지만, 계엄군은 주먹이나 발길질, 혹은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오지랖이 넓어서일까, 저는 물리적인 충돌을 피하게 하고자 계엄군과 시민들이 서로의 위치를 유지하며 물리적 충돌을 피하고 대치하자고 제안했고 이는 계엄군과 시민 모두 사이에서 실행되었습니다. 무전을 통한 상부의 지시가 계속적으로 하달되는 긴박한 상황이었다기 보다, 현장에서 조금은 유연한 판단으로 긴장을 완화하려는 태도가 느껴졌습니다.
5. 어젯밤의 평화로운 마무리는 국회와 시민, 그리고 계엄군 모두의 자제와 이성을 통해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외신에 실리는 가문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건재하며, 그 중심에는 이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시민의 힘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밤이었습니다.
6. 비록 윤석열의 광기가 우리의 분노를 상승시킨 밤이었지만, 어젯밤은 우리 선배들이 피흘리며 지키고 성숙시켜온 민주주의의 가치를 확인한 밤이었고, 우리 모두가 평화와 정의를 위해 함께 걸어가야 할 이유를 다시금 상기시켜준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