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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th 서울독립영화제] 배우들을 보다!


오는 28일부터 12월2일까지 서울 CGV 압구정·영등포·청담씨네시티에서 열리는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는 그동안 독립영화의 숨겨진 얼굴(들)을 발굴하는 역할을 자임해왔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세상의 단면을 직조한 감독과 스크린 위에 잔잔한 불꽃을 피워낸 배우의 몸짓을 관객들에게 소개해왔다. 무엇보다 신진 배우들을 포착해 내는 시선이 놀랍다.
이는 2018년 배우 권해효의 제안으로 신진 배우의 활동을 독려하고자 기획한 오디션 프로그램인 '배우프로젝트-60초 독백페스티벌'의 목적과도 맞물린다. 올해로 제7회를 맞은 '배우프로젝트'의 역대 수상자 중에는 현재 활발히 작품에 참여하는 배우 홍경, 오경화, 노재원, 윤가이 등이 있다. 올해에는 역대 최다인 4856명이 지원해 본선에 진출한 24명 중 7명을 꼽는다.
지난 5일 열린 서울독립영화제 기자회견에서 권해효는 "영화제라는 축제의 자리에서 배우라는 꿈을 꾸고, 창작에 있어 새로운 얼굴을 만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감독들에게 만남의 장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배우를 발굴했다'가 아니라 '조금 더 힘내세요', '당신의 연기는 매력 있어요'라고 동료로서 격려하는 프로젝트다.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독립영화가 지닌 본질을 들여다보고,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는 발판이자 디딤돌이 되어준 서울독립영화제를 이번에도 많은 배우들이 찾는다.
그동안 장단편 독립영화를 통해 낯익은 이들도 있지만 오랜만에 서울독립영화제를 찾거나 인연이 깊은 이들도 있다. 그래서 더 반가운 배우 6명을 소개한다.
♦ 공민정(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 | 조희영 감독 | 146분 | 본선 장편경쟁)

배우 공민정은 서울독립영화제와 인연이 깊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3년째 폐막식 사회자로 나서고, '이장'(2020), '두 개의 물과 한 개의 라이터'(2020), '희수'(2021) 등 상영작을 선보여왔다.
올해에도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로 관객을 만난다. 본선 장편경쟁 부문 상영작인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는 조희영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공민정은 조 감독의 단편영화 '두 개의 물과 한 개의 라이터'와 장편영화 데뷔작 '이어지는 땅'에서도 함께 했다. 2022년 '이어지는 땅'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소개했다.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는 갑자기 자취를 감춘 남자를 둘러싼 세 여자의 위태로운 관계를 담고 있다. 공민정을 비롯해 '다음 소희'에서 쭈니 역을 맡은 정회린과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의 정보람도 출연한다.
♦ 한예리(봄밤 | 강미자 감독 | 67분 | 본선 장편경쟁

영화 '최악의 하루',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미나리'와 MBC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한예리는 깊은 눈매의 오묘한 표정이 매력적인 배우다.
올해 서울독립영화제 본선 장편경쟁 부문 상영작인 강미자 감독의 '봄밤'으로 관객을 만난다. 앞서 강 감독의 첫 장편영화 '푸른 강은 흘러라'에서 중국 조선족 고등학생 역을 연기해 호평 받은 그는 2008년 이를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봄밤'은 삶이 무너져내리고야 마는 남녀의 비극적인 삶을 그리고 있다. 권여선 작가의 단편소설집 '안녕 주정뱅이'에 실린 동명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알코올 중독자 영경(한예리)와 류머티즘 환자인 수환(김설진)은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처음 만나 12년의 세월 동안 헤어지고 마주치길 반복한다. 두 사람은 실패와 아픔을 반복하면서 그저 서로를 지켜본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박경근 감독의 '백현진쑈 문명의 끝'에서도 한예리를 만날 수 있다. 지난해 동시대 예술가의 실험적 무대였던 세종문화회관 프로그램 '싱크 넥스트(Sync Next) 23'에서 선보인 실험적 연극 '백현진쑈: 공개방송'의 기록 영상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한예리와 함께 김고은, 김선영의 무대 연기가 영화 안에 비친다.
♦ 박예영(언니 유정 | 정해일 감독 | 101분 | 새로운선택 장편

최근 tvN 드라마 '세작, 매혹된 자들'과 '갯마을 차차차', 쿠팡플레이의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에 출연하며 탄탄하고 안정감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앞서 '여고생', '그리고 가을이 왔다', '갈래' 등 장단편영화에서 내공을 쌓아온 덕분이다.
서울독립영화제에는 2015년 본선경쟁 장편 부문 상영작 '여고생'과 2018년 특별단편 부문작 '인사3팀의 캡슐커피' 등으로 얼굴을 내어보였다. 올해는 새로운장편 부문 상영작인 정해일 감독의 '언니 유정'으로 관객을 만난다. 정 감독과는 단편영화 '더더더'와 '인사3팀의 캡슐커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언니 유정'은 자매 사이에 벌어진 간극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영화다. 언니 유정(박예영)은 동생 기정(이하은)이 고등학교 영아 유기 사건의 당사자라고 자백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막상 수사가 시작되자 기정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유정은 진실을 알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박예영은 침묵하는 동생으로 인해 초조하면서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언니 유정을 연기한다. 오는 12월4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 박가영(파동(波冬) | 이한주 감독 | 114분 | 새로운선택 장편

영화 '두 번째 겨울', '온 세상이 하얗다', '가을이 여름에게' 등에서 두각을 드러넨 뒤 지난 10월30일 개봉한 강유가람 감독의 영화 '럭키, 아파트'에서 오래된 동성 연인 선우(손수현)와 현실적인 문제로 마찰을 빚으며 내면에 응축된 감정을 폭발하는 희서 역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2017년 특별장편 부문 상영작 '황제, 2020년 본선 단편경쟁 부문 상영작 '정오에서', 2022년 장편 쇼케이스 상영작 '겨울에 만나' 등을 통해 꾸준히 서울독립영화제를 찾은 그는 올해에는 새로운선택 장편 부문 초청작인 이한주 감독의 '파동'(波冬)'을 선보인다.
'파동'은 승객들의 사고사를 목격하며 무력감을 느끼는 철도 기관사 문영(박가영)의 이야기다. 어느 날 고향 친구 종현으로부터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게 되면서 잊으려 노력했던 고향 남원으로 향하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펼친다. 영화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크리틱b상을 수상했다.
♦ 강진아(인생세탁소 | 문숙희 감독 | 114분 | 장편 쇼케이스

'태어나길 잘했어', '한강에게', '달이 지는 밤' 등 영화 및 최근작인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선산' 등을 오가며 성실하게 인장을 남겨왔다. 특유의 서글서글한 미소와 맑은 얼굴로 집중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녔다.
서울독립영화제와도 인연이 깊다. 2020년 장편 쇼케이스 부문 상영작 '달이 지는 밤', 새로운선택 장편 부문 초청작 '태어나길 잘했어', 본선 장편경쟁 부문 상영작 '빛과 철', 본선 단편경쟁 상영작 '작년에 봤던 새'에 출연했다. 2019년 '젖꼭지', '스네일 맨', 2018년 '한강에게' 등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선보였다.
지난해 영화제 로컬시네마 부문 상영작 '후회하지 않는 얼굴'에 이어 올해에는 장편 쇼케이스 부문에 포함된 문숙희 감독의 '인생세탁소'로 다시 찾는다.
'인생세탁소'는 해녀 옥희(문희경)에게 전 남편의 딸 은영(강진아)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하필이면 아들 경식이 빚쟁이에 쫓겨 어린 손주들을 놓고 간 탓에 은영은 떠날 타이밍을 놓치고 옥희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이혼한 은영은 딸의 양육권을 되찾기 위해 아버지가 남겼던 세탁소에 눈독을 들이고 옥희와 갈등하게 된다.
♦ 이연(새벽의 Tango | 김효은 감독 | 117분 | 장편 쇼케이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tvN 드라마 '일타스캔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과 드라마 '소년심판' 등으로 신선함을 안겼다. 2018년 영화 '무명'으로 데뷔한 뒤 2020년 미쟝센 단편영화제 희극지왕 부문에 선정된 '코스모스', 2019년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담쟁이' 등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서울독립영화제 장편 쇼케이스 부문에 이름을 올린 김효은 감독의 '새벽의 Tango'로 관객을 만난다. 사람들과 관계를 단절하고 공장에 취업한 지원(이연)이 자신과는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룸메이트 주희(권소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룹 포미닛 출신 권소현과 '무빙',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박한솔과 호흡을 맞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