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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해진 원조 맛집, 드래곤 에이지: 더 베일가드
게임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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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래곤 에이지: 더 베일가드 대표 이미지 (사진출처: EA 공식 홈페이지)
‘인생 게임’의 정의는 사람마다 서로 다르다. 만약 ‘누군가의 삶을 바꾼 게임’을 뜻한다면, 본 기자의 인생 게임은 ‘드래곤 에이지: 오리진(Dragon Age: Origin, 이하 DAO)’이다. DAO는 문화와 예술 매체로서 게임의 가능성, 세계관의 아름다움, 그리고 무엇보다 DLC의 매운 맛을 가르쳐준 게임 인생의 스승이었다.

이후 드래곤 에이지 2를 거쳐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Dragon Age: Inquisition, 이하 인퀴지션)’까지 즐겁게 플레이했다. 인퀴지션은 작은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게임이었고, DLC ‘침입자’를 통해 후속작이 기대되는 결말을 냈다. 이에 다음 드래곤 에이지 작품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며 게임업계에 입성했다. 그 기다림이 10년이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 드래곤 에이지: 더 베일가드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드래곤 에이지 공식 유튜브 채널)

흥미로운 메인 스토리와 세계관을 확장시켜주는 서브 퀘스트

10년만의 신작이었던 만큼, 가장 걱정됐던 부분은 스토리와 서브 퀘스트의 품질이었다. 전작 인퀴지션에서는 연출과 메인 스토리가 상당히 우수했지만, 오픈월드에 집중한 나머지 서브 퀘스트가 매우 부실했다. 더 베일가드는 전투부터 스토리까지 개발사 전작 매스 이펙트 2가 연상되는 부분이 많다. 거대한 악이 돌아오고, 이를 막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를 찾아 영입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정보에 능한 탐정, 마법사 암살의 귀재, 페이드 전문교수, 블라이트(오염) 전문가 그레이 워든, 용 사냥꾼까지, 모든 것들이 엘가난과 길란낸을 처치하기 위한 안배다.

이렇게 팀을 모아 ‘베일가드’를 구성하고 나면,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된다. 엘루비안 속 크로스로드를 통해 테다스 북부 곳곳을 돌아다니며 각종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엘프 신의 책략을 분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팀원들은 좋은 관계를 구성할 수도 있지만, 간혹 싸우거나 갈등하기도 한다.
▲ 주인공 루크의 배경 (사진: 게임메카 촬영)▲ 네바라 네크로폴리스의 으스스한 모습 (사진: 게임메카 촬영)
초중반부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는 만족스러운 경험을 전했다. 특히 시리즈 팬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와이즈홉트 요새, 리베인의 바다, 네바라의 네크로폴리스, 고대 엘프들의 수도 알라산, 테빈터 수도 민라서스 등을 직접 돌아다닐 수 있어 좋았다. 여기에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독특한 서브 퀘스트 또한 인퀴지션보다 더 많다. 각각 분량은 길지 않고 주로 전투와 퍼즐을 통해 해결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코덱스나 대화가 세계의 분위기나 지역 특유의 느낌을 잘 전달한다.

일부 서브 퀘스트와 동료 퀘스트는 세계관을 크게 확장한다. 예를 들어 솔라스의 과거를 동료들과 함께 감상하는 퀘스트에선 나오는 정보 하나하나가 기존 상식을 뒤엎는다. 일부 동료는 그 과정에서 조금 더 직접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신은 누구인가? ‘앤드루일의 갑옷’ 설화의 재해석, 에바누리스 외에 ‘잊혀진 자’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이런 요소들은 세계관에 관심을 많이 가졌던 팬이라면 환희를 느끼면서 감상할 수 있다.

다만 그만큼 세계관에 흥미가 없거나, 코덱스를 읽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라면 재미가 반감될 여지가 있다. 신규 게이머를 위해 루크가 고유명사에 대한 질문을 많이 던지며 정보를 보충하지만, 전작을 플레이하지 않았다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시리즈 팬이라면 외전 소설 ‘테빈터 나이츠’ 요약본을 검색해 볼 것을 권한다. 안탐 반란 등 일부 사건들은 인퀴지션과 본편 사이에 발생했고, 이와 관련된 정보들이 대부분 나와있다.
▲ 영혼을 위로하는 퀘스트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엘가난과 미쓰알(미쌀)의 과거와 솔라스의 후회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캐릭터들이 직접 설명하는 세계관 비밀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동료 능력을 활용한 탐험과 선택을 통한 세계와의 상호작용

더 베일가드의 세계는 크게 두 가지 방식, 탐험과 선택의 결과로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한다. 게임은 기본적으로는 선형적 스토리 구성을 따르지만, 스토리를 통해 체험한 곳은 대부분 다시 방문해서 탐험할 수 있다. 특히 초반부 방문하는 알라산은 수많은 퍼즐과 지역을 탐험할 수 있고 풍경도 아름다워 흥미를 자극한다. 또한 루크는 난간을 오를 수도 있어, 탐험의 상하 범위가 한층 더 늘어났다.

각 지역을 완벽하게 탐험하기 위해서는 동료별 특수 능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하딩은 특정 바위를 움직일 수 있으며, 타쉬는 일부 금속을 녹이거나 폭발물을 터뜨릴 수 있다. 일부 퍼즐이나 탐험은 해당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지역을 탐험하기에 앞서 동료를 먼저 모으는 것도 좋다. 또한 한번 동료 탐험 능력을 획득하고 나면, 해당 동료를 파티에 편성하지 않더라도 루크가 대신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있어 편의성도 고려했다.
▲ 루카니스와 벨라라의 특수 능력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닫혀 있지만,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다만 지도가 매우 불친절하고 부정확해 탐험의 재미를 크게 저하하는 것은 단점이다. 지도에는 갈 수 없는 지역, 막힌 벽 등이 명확하게 표시되지 않는다. 또한 주변에 보물상자가 있다면 신호음이 들리는데, 현 상황에선 갈 수 없는 곳에서도 출력되어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다. 일부 구역은 퀘스트를 수행해야만 입장할 수 있는데, 지도에는 마치 갈 수 있는 것처럼 표시된다. 지도는 움직일 때마다 가려진 부분이 드러나는 방식인데, 그 범위가 상당히 좁아 열심히 돌아다녀야 한다.

탐험 외 시리즈 특유의 ‘선택’의 중요성도 유지됐다. 전작에서 내린 선택들은 매우 적은 것들만 불러올 수 있었고, 이는 매우 아쉬운 점이다. 대신 더 베일가드 본편 내에서는 수많은 선택지들이 등장하고, 일부는 즉각적으로 세계에 변화 준다. 예를 들어 한 도시는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 신에게 습격 당하고 돌이키기 어려운 피해를 입기도 한다.

선택에 대한 피드백을 직접적으로 전달하기도 한다. ‘이 캐릭터는 주인공이 했던 어떤 말(혹은 행동)을 기억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출력되는 식이다. 플레이어 선택이 직접적으로 전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접근성 측면에서 장점이었다. 다만 외부 시스템을 통해 상기시켜주는 방식은 몰입을 약간 해쳤다.
▲ 단 세가지만 연동되는 전작 선택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선택의 결과가 상당히 상세하게 안내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매력적인 동료들과 거점 ‘등대’

드래곤 에이지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는 매력적인 동료다. 이번 작품에서도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동료들을 거점 ‘등대’에서 만나고 상호작용할 수 있다. 등대는 솔라스가 페이드의 바다에서 혁명을 이끌어나가기 위해 만들었다는 설정이다. 등대에 정착한 동료들은 자신만의 방을 가지고 있으며, 플레이어는 이곳에서 동료와 대화하거나, 퀘스트를 받을 수 있다.

대화 시스템은 이전 시리즈와 달라졌다. 전작들에서 동료에게 다가가 상호작용을 시도하면, 실제 할 말은 없어도 대화를 시작할 수는 있었다. 이제는 동료가 소재를 가진 상황에서만 대화할 수 있고, 이외에는 동료와 상호작용 버튼이 활성화되지 않는다. 심지어 특정 상황에서 다가가면 대화를 거부당하기도 한다. 동료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각 동료는 등대를 방문할 때 자신의 위치가 아닌 곳에서 다른 동료와 대화를 나누거나, 풍경을 감상할 때도 있다.
▲ 환하고 밝은 등대의 모습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지만, 말을 거는 버튼은 없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더 베일가드에서 동료는 특정 지역을 수호하거나 영향력이 있는 단체에 소속되어 있다. 예를 들어 타쉬는 보물 사냥꾼 집단 ‘부의 군주’와 동맹이며, 부의 군주는 리베인 지역을 수호한다. 즉 동료들은 대부분 심지가 굳고 신념이 있으며, 소속된 단체와 개성을 공유한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동료가 선하거나, 최소한 중립적으로 그려진다. 이에 게임 초반부 네브, 하딩, 벨라라만 동료일 때는 각각의 개성이 옅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후 대브린, 타쉬, 엠릭 등이 더 베일가드에 소속되고 이들의 동료 퀘스트를 진행하면, 캐릭터 성격과 과거를 통해 점점 개성이 부여된다.

더 베일가드에서 루크는 선택지에 따라 동료들은 지혜롭게 포용할 수 있으며, 부정적인 대화문을 선택해도 비판하기 보다는 ‘비동의’에 가까운 대화문이 많다. ‘더 베일가드’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팀을 꾸리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바릭부터 시작해 핵심 캐릭터 다수가 루크를 처음부터 지나치게 신뢰하는 경향을 보이는 점은 다소 어색했다. 바릭은 이것이 루크가 가진바 리더로서의 능력이라고 주장하지만, 막상 대화 선택지를 직접 고르는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기묘할 따름이다.

마지막으로 동료들의 ‘다양성’에 대해 간략하게만 언급하겠다. 드래곤 에이지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다양성을 중요시했다. 인류의 창세 신화부터 여러 민족의 신화가 어우러져있고, 동료들 역시 인종, 성적 지향이 다양하다. 드래곤 에이지는 이런 다양성을 적절한 스토리텔링으로 녹여내 설득력을 높였다. 이번 작품에서도 다양성을 담당하는 동료가 있고, 자신의 종족에 대한 설정과 이를 결부시켜 비교적 설득력있게 풀어가고자 노력했다. 다만 특정 두 캐릭터가 모일 때나 대화문 선택 등에서 이를 지나치게 친절하고 세세하게 설명해 플레이어를 너무 아이처럼 가르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과거를 통해 캐릭터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하딩 첫 동료 퀘스트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네브의 수사를 돕는 동료 퀘스트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액션성은 살리고 전략성은 낮춘 전투

가장 호불호가 갈렸던 부분은 전투였다. 더 베일가드는 전투에 한정하면 더 이상 드래곤 에이지가 아니며, 오히려 매스 이펙트 시리즈에 가깝다. 상황에 맞춰 적을 지정해 능력을 사용하고, 같은 상태이상을 공유하는 스킬을 적절히 사용하면 콤보 효과가 발동한다. 전투는 기본적으로 일반공격, 강공격, 회피와 방어로 이뤄진다. 본 기자는 마법사를 선택했는데, 스태프, 단검과 오브를 상황에 따라 번갈아 가며 사용했다. 마법사였던 만큼 방어는 자주 사용하지 않았고, 대신 회피의 무적 프레임과 거리가 출중해 주로 활용했다.

더 베일가드에는 캐릭터 스테이터스가 사실상 완전히 사라졌고, 패시브와 액티브 스킬이 전투력을 담당한다. 그만큼 수많은 액티브와 패시브 스킬이 있었다. 패시브 스킬 중에선 플레이 전반을 크게 뒤바꾸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버튼 입력으로 명상을 사용해 빠르게 마나를 충전하거나, 콤보 공격을 성공하면 추가 전력 공격을 하는 등 파격적인 효과들이 많았다.
▲ 오브와 단검, 빠르게 적을 공격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스태프, 느리지만 강한 공격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콤보, 서로 다른 두 직업의 상태이상 공격을 사용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스킬 빌드는 다양했고 이에 따라 전투 양상과 방식도 변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원거리와 근거리 적이 뒤섞여 나오고 공격 방식도 다양하며, 적 공격을 맞을 때마다 플레이어가 경직된다. 이는 근접 공격을 하는 적의 전진거리가 지나치게 길고 공격 빈도도 잦은 문제와 결합되어, 일부 전투에서는 사실상 회피만 사용해야 했다. 즉 잦은 회피 후 잠시 공격, 방어 후 공격, 스킬 후 회피 등 정해진 행동을 반복한 셈이다.

이는 동료 시스템의 변화와도 연관된다. 동료는 스킬 사용 외에 직접 조작이 불가능하며, 인공지능이 자율적으로 전투한다. 인공지능인 만큼 공격 빈도가 플레이어보다 적어, 어그로 분산이 안 된다. 결론적으로 주인공 하나에만 주력하는 만큼, 전작 대비 전투에서 지루함이 높았다. 전작에서는 마법사 주인공이 질리거나, 다른 직업을 체험하고 싶을 때는 동료로 플레이했다. 동료 스킬, 전투 방식 모두 실제 플레이어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루크만 플레이할 수 있는 만큼 동료 캐릭터에 대한 몰입이나 전투에서 전략성과 다양성은 비교적 떨어졌다.
▲ 오염에 노출된 강적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수많은 투사체와 공격으로 회피를 반복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콤보 공격, 강력하지만 자주 사용할 수는 없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물론 액션 전투가 가진 원초적인 재미는 충분했다. 타격감, 화려한 액션과 콤보 공격, 적의 공격을 회피하며 사이사이 공격하는 조작감, 무력화 공격의 손맛 등은 여타 액션게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다만 이러한 요소들은 드래곤 에이지의 것은 아니었다. 드래곤 에이지 시리즈 전투의 재미요소는 적의 강력한 공격을 상태이상으로 벗어나거나, 상황에 맞춘 세밀한 전술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등 전략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더 베일가드에서는 액션성, 적 약점에 맞춰 장비를 바꾸거나 스킬을 다시 고르는 편의성은 전작보다 훨씬 수월하지만, 개별 전투에서 전략성은 떨어졌다.

더 베일가드와의 재회는 최악은 아니었다. 스토리 전개, 캐릭터 개성, 세계관 전달과 복선 회수 등은 만족스러웠다. 전투 역시 단조롭고 동료를 조작할 수 없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액션 자체는 재미를 전하기 충분했다. 다만 팬으로서 사랑하던 드래곤 에이지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일부 요소는 전작 선택의 흔적을 지우는 듯 보였고, 대화 시스템이나 스토리는 과도하게 친절하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었으며, 전투는 드래곤 에이지가 아니었다. 충분히 훌륭한 게임이었지만, 허전함과 아쉬움도 느껴졌다.
▲ 10년의 세월을 넘어 변화와 함께 돌아온 '더 베일가드'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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