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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그날의 역사 흔적 지워진 궁정동 안가의 현재는?
최보식의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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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식의언론=전집현 작가]
안전가옥(安全家屋, safehouse), 즉 안가(安家)란 사람 또는 물건을 위험이나 적대적 세력으로부터 보호하여 숨기기 위한 장소를 말한다.

청와대 바로 옆에 있었던 궁정동(宮井洞) 안가가 젤 유명한데 중앙정보부에서 관리하였다. 이곳은 대통령이 사석에서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을 경우 술자리를 하면서 편하게 시간을 보내기 위한 목적으로 주로 활용되었다.

이곳에 있는 안가는 중앙정보부장 집무실을 포함해 5채였다. 부장 집무실 바로 동쪽 옆에 ‘구관’, 골목 건너 북쪽으로 ‘신관’이 있었다. 그 신관 남쪽의 2층 양옥집이 ‘나동’, 나동 남쪽에 한옥으로 새로 지은 ‘다동’이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나동(만찬동)에서 '권력의 핵심 중 핵심’이었던 측근들과 술자리를 하다가 시해당했다. 안가가 안가가 아니었던 것이다. '나동'은 전면이 유리로 되어 있는 당시로서는 모던한 건물이었다고 한다.

당시 궁정동 안가 일대에는 ‘무궁화동산’이라는 공원(쉼터 수준)이 들어서 있다. 3,700여 평의 아담한 크기다. 김영삼 정권이 ‘과거사 청산’ 차원에서 1993년 3월 궁정동 안가를 철거하고 조성한 것이다.

동산 입구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쓴 ‘무궁화동산’이라는 글자를 새긴 표지석이 서 있다. 표지석엔 ‘안가(안전가옥)를 헐어내고 조성한 것’이라는 설명만 되어 있다. 이곳이 10.26사태의 현장이라는 얘기는 없다.

당시 무궁화동산 프로젝트는 조경회사 이승률 회장(반도환경개발)이 턴키베이스로 수주하였다. 그는 이곳이 국가적으로 볼 때 중요한 역사적 사료가 될 만한 곳이라 보고, 조그만 표지석이라도 세워놓아야 하지 않겠냐고 요청했으나 정부에서 어떤 흔적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며 단칼에 거절했다.

그러자 그는 현장 시공자 입장에서 조경적 기법을 동원하여 본인만 확인할 수 있는 ‘어떤 표식’을 해두고, 매년 10월 26일이 되면 꼭 한 번씩 가서 참배를 드렸다고 한다.

일단 무궁화동산 서쪽 출입구로 들어서면 낮은 자연석 성곽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끊어진 곳이 보인다. 그 앞에는 가지가 멋있게 굽은 소나무 한 그루 있다. 바로 이곳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해된 곳이다.

소나무 앞에는 나중에 그 위에다가 제사상이라도 차릴 수 있도록 묘실(墓室) 비슷한 크기로 넓적한 돌이 깔려져 있다. 그 앞에는 옆면을 깎은 돌 위에, 멀리서 보면 새처럼 보이는 돌이 하나 올려져 있다. 돌아가신 분의 영혼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이승율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을 추념하는 행사나 제사가 이곳에서 열리게 될 경우를 생각해서 소나무 맞은편에 잔디밭을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 무궁화가 심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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