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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조한 출산율 탓에’… 유치원에서 요양원으로 ‘업종 변경’


경기도에서 지난 20여년간 어린이집을 운영해 온 50대 여성 A씨는 최근 인테리어 업체에 요양원 설비 견적을 문의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아이는 줄고 노인이 늘자 기존에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요양원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A씨는 7일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체감상 10년 정도 전부터 어린이집에 등록하는 아이들이 줄었다”라며 “지금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 수는 과거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린이집이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웬만하면 계속 운영하려 했지만, 이젠 마음만 갖고 운영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너무 크다”고 했다.
저출산이 장기화되자 운영이 어려워진 어린이집을 고령화에 맞춰 요양원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어린이집을 운영 중인 40대 여성 이모씨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는 등 요양원으로 ‘업종 변경’할 계획을 짜고 있다. 그는 “어린이집 운영이 점점 어렵게 되리라는 건 이미 확정된 미래”라며 “짧으면 3년, 길면 5년 안에 지금 운영 중인 어린이집을 요양원으로 바꿀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국보육진흥원에서 내놓은 ‘어린이집 연도별 설치・운영 현황’ 통계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집 수는 2013년 4만3770개에서 2023년 2만8954개로 33.8% 줄었다. 같은 기간 노인복지시설은 7만2860개에서 9만3056개로 27.7% 늘어났다.
시설뿐만 아니라 인력 쪽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국 보육교직원 수는 지난 2018년 33만3420명이었으나 2023년 30만2800명으로 9.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요양보호사 수는 28만7071명에서 50만2146명으로 74.9% 증가했다.
인테리어 업체에도 기존 어린이집 설비를 전부 철거하고 요양원 설비를 깔아달라는 문의가 늘고 있다고 한다. 서울 송파구에서 10여년간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 중인 성모(49)씨는 “어린이집을 요양원으로 바꿔달라는 의뢰가 몇년 전부터 꾸준하게 들어오는 상황”이라며 “자동문, 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부터 시작해 화장실에도 노인용 보조장치를 다는 등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