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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과 김건희, 박근혜와 윤석열...8년 전 탄핵의 공기가 느껴진다
미디어오늘
8년 전과 현 국면의 유사점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향한 분노다. 2016년엔 최순실 씨, 2024년에는 김건희 여사다. 여러 갈래에서 전방위적으로 의혹이 터져 나온다는 점도 유사하다. 8년 전 국민적 분노를 유발한 건 정유라씨와 이화여대가 먼저였다. 한겨레는 그해 9월27일 “정유라씨 담당 교수가 제적 경고를 하자 최순실 씨 모녀가 찾아와 그날로 교수가 교체됐다”고 보도했고, 10월12일엔 정유라씨가 이대에서 학점 특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훗날 이화여대 부정 입학 사건으로 끝난 당시 이슈에 많은 국민이 공분했다. 김 여사의 경우 명품백 수수 사건과 검찰과 권익위의 ‘면죄부’로 이어진 흐름이 공분을 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2016년 10월 초만 해도 ‘최순실’은 한겨레, 경향신문, JTBC를 제외한 주요 언론에서 여야 정쟁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시민들을 중심으로 ‘#그런데최순실은?’ 해시태그 운동이 시작되며 어젠다키핑이 이어졌다. 반면 지금은 MBC가 행정법원의 연이은 판단으로 여전히 정부 여당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고, JTBC가 김 여사 관련 단독 보도를 이어가며 두 레거시미디어가 여사 이슈를 끌고 가고 있다. 서울의소리와 뉴스토마토 등 비주류 매체에서 굵직한 단독 보도가 나오고, 뉴스타파에서 탐사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언론보도를 둘러싼 해석과 전망이 시사유튜브 채널에 쏟아지는 상황도 8년 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하락을 거듭하던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2016년 70위로 역대 최악이었다. 올해도 극적 추락을 보여주며 62위를 기록한 점은 유사한데, 주목할 점은 보수언론의 비판적 논조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은 2016년보다 높은 수위로 정부 여당을 비판하고 있다. 이제 TV조선 앵커의 대통령 비판이 익숙할 정도다. 8년 전 ‘탄핵’에 따른 ‘학습효과’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자수를 요구해야 할 김 여사에게 사과면 충분하다는 식의 프레임을 지속적으로 주입해 보수 대통령이 두 번째 탄핵으로 가는 최악의 상황을 막고, 스스로는 ‘내부자들’에서 ‘심판자들’로의 태세 전환을 통해 살길을 찾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10월20일 조선일보는 “K스포츠재단 의혹은 이대 사태보다 훨씬 큰 문제다. K스포츠재단은 설립부터 운영까지 최씨 모녀를 위한 기구였다”면서 “이걸 규명하지 않고는 국력을 집중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라가 얼마나 더 표류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10월22일엔 “상식을 벗어난 일이 거듭되면 공분을 일으킨다”고 경고했다. 현재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중심으로 정부 여당을 향한 경고가 사설과 칼럼을 통해 이어지고 있으나 윤 대통령도 8년 전 박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8년 전 국감이 ‘최순실 국감’이었듯, 올해 국감은 ‘김건희 국감’으로 진행될 것이고 무엇이 터져 나올지는 짐작하기도 어렵다.
2016년 10월19일 JTBC는 “최순실씨의 핵심 측근 고영태 씨의 증언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손보는 일까지 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청와대는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청와대가 JTBC의 ‘미끼’를 문 순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10월은 어떨까. 8년 전 「최씨, 대통령 연설 전에 연설문 받았다」 같은 JTBC 단독 보도 같은 결말이 나올지 모른다. 또는 청와대 행정관이 최순실 씨의 통화가 끝나자 휴대전화를 두 손으로 받던 의상실 영상의 새 버전을 목격할지 모른다. 무엇이 됐든 윤 대통령의 10월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