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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도 전쟁도 아니다' 태평양 국가들 '해수면 상승'으로 안보 위협... UN 사무총장도 나서서 호소
MHN스포츠
27일(현지시간) 통가에서 열린 태평양 도서국 정상회의에서 UN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흐스(75·포르투갈)가 "해수면 상승으로부터 바다를 구하자"고 전 세계에 호소했다.
태평양 국가들은 세계적 정치 갈등이나 이념의 대립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평화지역'으로 평가된다. 대다수의 국가가 이러한 평화로운 분위기와 태평양 특유의 자연경관 덕에 주로 관광업으로 국가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그러나, 태평양 도서 국가들의 국가 경제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자연이 태평양을 위협하고 있다. 원인은 산업화의 좋지 않은 부산물인 지구 온난화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며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고 이는 태평양 도서 국가들을 위협한다.
호주의 기후학자 웨스 모건은 "기후 변화는 태평양 도서 국가들의 가장 큰 안보 위협"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태평양 도서국가인 투발루는 지난 2001년 국토 포기를 선언했으며 최고 고도가 4.6M에 불과하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수몰되는 국가로 유명한 투발루를 제외한 도서 국가들도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를 잃고 있다. 피지나 사모아에서는 해수면 상승 속도가 매해 세계 평균의 3배가 넘는다. 태평양 국가들의 해수면 상승으로 해당 지역들은 세계 평균인 9.4cm의 1.5배에 달하는 15cm씩 지면이 사라지고 있다.
해수면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이다. 주로 오세아니아로 분류되는 태평양 도서 국가들은 관광업이 GDP의 큰 비중을 차지하며 공업의 비중이 작아 이들이 배출하는 탄소량은 전세계 탄소 배출의 0.02%에 불과하다.
선진국과 신흥 공업 국가들을 필두로 하는 개발도상국의 성장의 악영향은 고스란히 태평양 도서국가들에 돌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UN 사무총장이 나서서 직접 현실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선진국과 주요 공업 국가들에 호소한 것이다.
특히 투발루의 경우 가장 상황이 심각하다. 투발루의 해수면 상승 속도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며 기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30년 이내에 투발루가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이 지속된다면 설화 속에서나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아틀란티스가 현실화되는 것을 전 지구인들이 목격하게 된다. 투발루 기후부 장관은 "우리 국토는 이미 재난으로 재건할 능력을 잃었다. 홍수나 허리케인에 대응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투발루에서는 매해 호주나 뉴질랜드로 국민들이 떠나고 있다. 호주는 매해 75명 씩 이민 노동자를 수용하고 있으며 그 외의 인원들은 '기후 난민'으로 양국으로 이주하며 영원히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르는 고향을 떠나고 있다.
투발루 정부는 사실상 '투발루'라는 국가의 소멸을 받아들였고 디지털 국가 형식으로나마 투발루를 기억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산업화가 만든 재난이 개인을 넘어서 한 국가마저 소멸시킬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UN 사무총장의 호소와 태평양 도서국가들이 처한 비참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지구 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인 탄소 배출량 감소 가능성은 요원하다.
선진국들과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탄소 배출 절감을 요구하고 있으나 세계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은 여전히 막대한 양의 탄소 배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세계에 이들을 쉽게 막을 수 있는 힘은 없다.
한편 선진국들의 탄소 배출 절감 요구를 신흥 공업국이 받아들일 가능성도 크지 않다. 앞선 산업화로 다량의 탄소를 배출한 대다수 선진국들의 요구는 신흥 공업국에게 명분이 부족하다. 더구나 신흥 공업국들의 생존과 발전에 '산업화'는 필수적이다.
이런 지구촌 분위기는 기후 갈등을 빚어냈다. 그러나, 그 피해를 일차적으로 받는 것은 이념과 정치 갈등에서 한 발짝 떨어진 대다수의 태평양 국가들이다.
그러나, 몇 세대가 흐른다면 인류는 태평양에 존재하는 다수의 도서국가들의 수몰을 목격할 것이다. 그리고 2·3차적 피해는 대륙에 위치한 비교적 안전한 국가들에게 돌아갈지도 모른다.
사진 = 연합뉴스/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