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19 읽음
[M픽 리뷰] 유승호X정혜인 첫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2부에서 봅시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사회적 소수자가 겪는 차별과 혼란을 다룬다. 극작가 토니 커쉬너(Tony Kushner)의 작품으로 1991년 초연했으며, 한국어 프로덕션으로는 지난 2021년 공연됐다.
에이즈에 걸린 후 연인 루이스와의 갈등으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는 월터, 약물 중독으로 현실과 망상이 뒤섞인 상황에서 남편 조셉이 동성애자임을 알게 되는 하퍼, 성정체성과 삶의 방향에 혼란을 겪는 조셉, 자신이 에이즈에 걸린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극구 부인하려는 로이 콘.

각자가 마주한 상황에서 어떤 갈등과 혼란을 겪는지 보여주는 일종의 심리 드라마다. 그렇기에 스펙터클한 재미를 기대하면 당연히 실망할 수 있다. 대신 인물들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잔잔함 속에서 요동치는 극적 긴장감을 마주할 수 있을 것.
인간 존재와 사회 구조의 충돌, 이로 인한 세상의 부조리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소재 자체는 미국적 색채가 짙기에 한국 관객으로서는 깊은 공감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마약, 동성애, 몰몬교, 흑인, 유대인, 여기에 얽힌 1980년대 미국의 정치 경제 상황까지. 사전 정보가 필요한 부분이 많아 관객에게 직관적으로 어필하기엔 제약이 많다.

이번 시즌 프라이어 월터 역은 손호준과 유승호, 하퍼 피트 역 고준희, 정혜인, 로이 콘 역 이효정, 김주호, 조셉 피트 역 양지원, 이유진, 루이스 아이언슨 역 이태빈, 정경훈, 벨리즈 역 태항호, 민진웅, 한나 피트 역 방주란, 천사 역 권은혜 등이 출연한다.
유승호는 이번이 첫 연극인데, 쉽지 않은 역할을 맡게 됐다. 그러나 25년 경력의 배우답게 무리 없이 소화한다. 특히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드러내는 감정적 열연이 돋보인다.

하퍼 역 정혜인 역시 첫 연극에 도전했다. SBS 축구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의 임팩트가 워낙 강한 탓에 연기자로서의 임팩트가 상대적으로 약한 배우다. 그러나 이번 극을 본 관객들은 생각이 달라질 것. 역할의 영향도 있겠으나, 이번 극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을 그려내지 않았나 싶다.
하퍼는 동성애, 종교, 인종 문제보다는 약물 중독으로 인한 우울과 불안이 큰 인물이다. 우울과 불안. 한국 관객이 가장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정혜인은 그 부분에 대한 표현력이 탁월하다. 히스테릭함에 사랑스러움을 더해 하퍼의 이야기를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천사의 강렬한 등장으로 2부가 더욱 기다려지는 관객이 있는가 하면, 이도 저도 아닌 이야기라며 당황하는 관객도 있겠다.
한편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오는 9월 2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된다.
사진=글림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