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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원구성 협상…與野 "날짜 지키도록 노력"
더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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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원구성 협상을 위한 첫 공식 회동을 가졌다. 하지만 주요 상임위 배분을 놓고 이견차는 좁히지 못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있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왼쪽).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여야 원내대표가 26일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을 위한 첫 회동을 가졌지만, 본회의 개의 일정 합의 등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여야가 '책임있는 여당'과 '견제하는 야당'을 강조하며 법제사법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놓고 팽팽히 맞섰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통합당 원내대표실에서 약 1시간 가량 논의했다. 하지만 서로 국회 개원 법정 시한(6월 8일)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데 그쳤다. 국회 원 구성은 국회가 입법 및 정책결정기관으로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기본적인 틀을 갖추는 절차로, 임기 개시 후 신속하게 원 구성을 마치는 게 중요하다.

민주당 김영진·통합당 김성원 원내 수석부대표는 회동 후 브리핑에서 "(원내대표) 두 분이 처음으로 원 구성 관련해 진지하게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는 방향에 같이 말했고, 양당 입장을 진솔하게 말했다"며 "국회법에 명시된 날짜를 지키기 위해 서로 최대한 노력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회법상 21대 국회 국회의장단 선출은 6월 5일까지, 상임위원장 선출은 6월 8일까지 이뤄져야 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원장 배분을 두고 여야는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법안 자구·체계 심사권을 갖는 법사위는 '법안 통과의 관문'으로 법사위원장의 역할과 권한이 크다. 이 때문에 관례적으로 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해왔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심사를 담당하는 예결위원장 자리도 양당이 줄다리기 하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3차 추경안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반드시 챙겨야 한다고 본다. 반면 통합당은 여당의 '퍼주기'를 막기 위해 예결위 자리 역시 빼앗겨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김영진 수석은 "여당은 법사위와 예결위를 177석의 무게대로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했고, 통합당은 야당으로서 견제기능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고 했다.

이에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법' 여야 원내대표 공동 법안 발의 등을 요청하며 통합당을 압박하고 있다. 일하는 국회법은 박주민 민주당 최고의원이 지난 3월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토대로 한다. 상시국회 도입,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권한 폐지,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기한 축소, 본회의나 상임위 불출석 국회의원에 대한 세비 삭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도 일하는 국회법 관련 언급이 나왔다. 김영진 수석은 "법사위의 월권적 기능, 체계자구 심사로 타상임위에서 올라온 법들에 잡는 잘못된 관행을 바꿔내는 게 필요하다. 또 일하는 국회를 위해 상시 국회를 연다든지 소위원회를 많이 만들어 모든 국회의원들이 법안과 예산을 논의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든다는 내용에 대해 말씀드렸다"며 "우리 국회가 바뀌어야 하는 문제에 관해 얘기는 했지만 (일하는 국회법 관련) 공동 발의까지는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여야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미묘한 신경전도 벌였다. 앞서 회동 공개 발언에서 주 원내대표는 "협상은 상대가 있어 역지사지해서 잘 챙기면 좋을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며 "민주당이 180석 가까이 되니까 혹시 인해전술로 저희를 압박하는게 아닌가"라고 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잘못된 관행, 예를 들어 회기를 시작하기 위한 국회를 열기 위한 협상을 지난하게 하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한다. 정해진 날짜에 회의가 시작되고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결정 속도를 빨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반격했다.

여야는 오는 28일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오찬 등 지속적인 회동을 통해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다음 달 제출 예정인 3차 추경안과 윤미향 당선인 국정조사 건도 원 구성 협상과 맞물려 원 구성 지연이 반복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13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원 구성에는 평균 41.4일 소요됐고, 후반기(평균 35.3일)보다 전반기(평균 47.5일) 원 구성이 더 오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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