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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태권도 '라이징 스타' 박태준…치밀한 스무살짜리 전략가
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박태준(20·경희대)에게 가장 큰 벽이 된 선수는 장준(24·한국가스공사)이다.
한국 태권도의 간판으로 꼽혀온 장준은 박태준보다 네 살 많다. 180㎝대 초반인 키도 박태준보다 2∼3㎝ 크다.
한성고 시절 박태준을 지도한 전문희 감독은 장준에게 번번이 패한 박태준이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던 걸 기억한다.
지난 2월 올림픽 남자 58㎏급 선발전 전까지 두 선수의 전적은 6전 6승이다. 장준이 모두 이겼다.
박태준은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여준 '라이징 스타'다.
고3 때인 2022년부터 보여준 성장세는 비교 상대를 찾는 게 쉽지 않다.
고3 때 국가대표가 된 박태준은 2022년 10월 월드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해 덜컥 금메달을 따왔다.
지난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도 박태준이다.
그런 '초신성' 박태준에게도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장준의 벽은 너무 높았다.
세계태권도연맹(WT)이 대회 직전인 지난 6월까지 집계한 올림픽 겨루기 랭킹에서 박태준은 5위였다. 장준은 이보다 높은 3위였다.

전 감독은 전략의 승리라 본다.
오른발잡이인 박태준은 평소 왼발을 앞에 위치하고 경기를 치르지만 장준과 선발전에서는 오른발을 앞에 뒀다.
정면 승부로는 겨루기의 달인 장준을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에 모험수를 뒀고, 이 전략이 적중했다.
전 감독은 박태준의 최고 장점이 치밀함과 영특함이라 본다.
전 감독이 박태준을 처음 봤을 때는 초등학생 때였다. 지금 신장이 180㎝인 박태준이지만 그때는 또래보다 작았던 걸로 그는 기억한다.
전 감독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체격이 작은데도 경기하는 걸 보니 '감각'이라는 게 있었다"며 중학교 졸업 당시 어떻게 한성고로 데려와야 하나 고민했다고 한다.
전 감독이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존경하는 '롤 모델'인 이대훈 대전시청 코치를 따라 박태준이 먼저 전 감독을 찾았다. 이대훈의 모교가 한성고였기 때문이다.
박태준은 태권도가 '경기'인 만큼 점수를 따고 상대를 수세로 몰기 위한 전략이 중요함을 안다.
막 유럽 전지훈련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온 지난 6월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취재진과 만난 그는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할 '전략'을 짜는 데 중점을 두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고 했다.

박태준이 이같이 다가올 경기를 먼저 연구할 수 있는 건 기본기가 탄탄해서다.
양발 공격이 다 가능하고, 스탠스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데다 발차기 기술도 다양해 여러 전략을 구상할 수 있다.
오른발 머리 공격이 안 먹히면 왼발로 몸통을 짜 점수를 쌓으면 된다. 왼발 몸통 공격이 안 통하면 또 다른 공격 경로를 찾는 식이다.
이대훈 코치는 "과거에는 1등 하는 선수들이 이렇게 양발을 잘 썼다. 하지만 전자호구시스템으로 바뀐 후에는 한 발만 써도 우승하는 선수가 나오면서 '굳이 양발을 써야 하나'라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태준이는 그냥 태권도 자체를 잘한다. 다양한 기술을 써서 경기를 이어가는 걸 보면 '태권도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pual0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