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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홍일의 감성, 클래식美학]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4
MHN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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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7.20-7.24

“한국인 출신 발레 에투알 박세은의 열연에 더욱 열광!”

‘발레의 종가’로 불리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의 갈라공연은 에투왈 박세은이 출연한 가운데 사실 2022년 초여름 시절인 7월28일과 29일 잠실 롯데콘서트홀 무대에서 열렸었다.

2년전 서울에서의 파리오페라발레단 갈라공연은 한국 출신의 에투왈 박세은이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파드되(2인무)’, 쇼팽 피아노곡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제롬 로빈스 안무의 ‘인 더 나이트’, ‘빈사의 백조’를 발레리나 박세은이 출연했으나 원래 클래식 공연연주에 중점이 주어져 이런 클래식 공연등에 적합화되게 설계된 롯데콘서트홀의 반야드스타일 무대가 파리오페라발레 무대의 성가(聲價)를 살려주기에는 턱없이 빈사(瀕死)스러운 무대장치를 보여줬던 개인적 기억을 안고 있다.

그런 면에서 서울 무대에서 전통적으로 많은 발레공연이 펼쳐져왔던 올해 정통 발레무대의 명가라 할 수 있을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서의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4’ 공연결정과 무대장소의 2년전 롯데콘서트홀 에서로부터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으로의 변경전환은 대단히 참 잘된 결정이었다고 생각되며 발레관객들은 그만큼의 발레감상에 대한 감흥과 특히 한국인 출신 발레 에투알 박세은의 열연에 더욱 열광했다고 본다.
“다양성에 방점둔 발레를 보는 즐거움 한층 확장!”

필자는 A프로그램의 첫날 개막날인 7월20일과 B프로그램의 첫날 7월22일 공연을 잇따라 감상했는데 2년전 첫 시도의 발레갈라에 비해 올해는 공연횟수도 프로그램도 두배로 늘어나 18편에 달하는 발레공연들이 4일간에 걸쳐 펼쳐져 다양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박세은의 표현이 많은 관객들에게 마음에 다왔을 것이다.

관객들의 감상평은 A프로그램들이 윌리암 포사이스가 안무한 ‘정교함의 짜릿함의 선율’과 조지 발란신이 안무한 ‘알게 뭐야’중 ‘내가 사랑한 남자’등 모던 작품들이 약간 어려웠다는 의견들이 엿보인 반면 B프로그램들은 ‘돈키호테’, ‘백조의 호수’등 클래식부터 컨템까지 대중적 작품의 편성으로 프로그램A가 신선한 축제의 서막이었다면 갈라프로그램B의 구성은 균형이 잘 잡힌 프로그램들로 축제 그 자체였다는 평들이었다.

이런 4일간의 무대에서의 풍성한 발레공연으로 인해 관객들은 발레를 보는 즐거움이 한층 확장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이런 관점에서 “350년 역사를 가진 파리오페라 발레를 보여준다는 것을 넘어서 다양한 작품을 관객이 가장 즐겁게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선보이고 싶다”는 박세은의 다음 갈라에 대한 언급은 발레관객들의 다양한 발레작들의 전막감상에 대한 심중을 잘 헤아린 언급이라고 본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A, B프로그램의 발레공연들 중에서 관객들의 관심을 가장 집중시키고 가장 큰 환호와 박수를 불러온 공연은 아무래도 에투알 박세은이 출연한 프로그램들일 수 밖에 없었다. 박세은이 출연한 A프로그램에서의 프레데릭 애슈턴의 ‘랩소디’ 파드되는 국내 피아니스트 손정범이 연주한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중 18변주를 바탕으로 황홀감과 감미로움을 가져왔고 케네스 맥밀런 ‘마농의 이야기’1막 침실 파드되는 발레가 이렇게 섹시할 수 있다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듯 했다. 침실 파드되에 출연한 박세은은 고전적인 형식에서 벗어난 이인무(二人舞)를 통해 조형적 구성과 자연스러움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으며 감정의 논리를 따라갔고 여성 무용수가 장난스럽고도 섹슈얼한 매력으로 춤을 이끌어가는 가운데 남성무용수가 여성만큼이나 유연하고 부드럽게 춤추며 화답하는 것이 A프로그램 들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B프로그램들을 통해 에투알 박세은은 더욱 선명한 발레리나로서의 재질을 보였는데 앙줄랭 프렐조카주 ‘르 파르크’3막 파드되 ‘항복’은 가장 프랑스적인 컨템퍼러리 발레작품으로서 프랑스 정원을 배경으로 연애를 일종의 사회적 게임으로 여긴 17세기 귀족사회를 묘사했다. 사랑이라는 사적인 감정이 아직 당연치 않던 시대에 박세은은 사랑으로 향하는 경로를 마치 관객들로 하여금 한편의 연극을 보도록 하는 것 같이 서사적이고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B프로그램들 가운데에서 루돌프 누레예프의 ‘돈키호테’ 3막 파드되는 그 화려함과 웅장함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2부의 첫 프로그램으로 마치 축제의 분위기를 띄우듯한 화려한 발레동작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으레 열정과 흥겨움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색다른 흥분을 선사했다. 조지 발란신의 ‘차이콥스키 파드되’는 단 8분 안에 발레가 지닌 우아함과 경쾌함, 즐거움을 압축적으로 선사해 이채로웠다. 박세은은 미하일 포킨의 ‘빈사의 백조’에서 낡아버린 고전발레와 혁신적인 모던발레을 잇는 이 작품을 통해 고전적인 테크닉과 의상을 사용하면서도 그 전통과 세계관을 관객들로 하여금 성찰적으로 바라보게 했다. 형식이나 기교보다도 내면적이고 실존적인 주제를 파고들기에 관객의 눈을 만족시키고 마음을 물들였던 것이다.

후반부에서 박세은이 출연한 루돌르 누레예프 ‘백조의 호수’ 3막 흑조 파드트루아는 4일간 공연에서 최고의 박수로 관객들의 발레를 보는 감흥이 최고도로 고조된 공연의 하나였다는 생각이 든다. 발레가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표정과 상체 움직임이 주는 느낌이나 표현력이 중요하다는 것도 인정되지만 비루투오소 에투알 발레리나가 주는 감동은 절대적이어서 깔끔하고 정교한 테크닉과 함께 여유와 끼도 사뿐히 담은 박세은 흑조의 존재 자체로도 감동적이었다는 많은 관객의 시선을 받은 이 작품은 안락의자에서 잠든 지그프리트가 백조로 변한 여성을 지켜보는 꿈으로 시작해 로트바르트에게 잡혀 날아가는 백조를 무력하게 바라보며 끝난다.

“서울에서의 파리올림픽 전야제 축하발레같은 컨셉!”

지난해 2023년 3월에 있었던 파리오레라발레의 서울 마곡LG아트센터 ‘지젤’공연은 낭만발레의 대표작으로 지젤이 등극한 추억을 국내 발레팬들에게 다시 지폈다는 점에서도 귀중한 발레공연의 한 페이지로 남을 듯 하다. 이 작품은 대조적인 두 개의 세계, 즉 1막의 현실적인 낮의 세계와 2막의 몽환적인 밤의 세계를 그려내 ‘지젤’은 19세기초, 지식인들과 예술가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던 새로운 낭만주의 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발레로 손꼽혀왔다.

특히 지난해 파리오페라발레의 ‘지젤’을 관람한 국내 관객들에게 휜색 튀튀를 입은 발레리나들의 군무(群舞)로 인해 ‘백색발레(Ballet Blanc)'로 불리기도 하는 2막은 이런 낭만발레의 하이라이트적 요소를 부각시켜 내게는 흡사 발레 ’백조의 호수(Swan Lake)‘ 튀튀 군무를 확대해놓은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여기에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망사 커튼을 비롯한 무대장치와 조명, 그리고 발레리나들이 마치 무대에서 부유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긴 흰색 실크 시폰 튀튀의 사용이 한데 어우러지는 요소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모처럼 낭만발레의 정수로 다시 초대된 것 같은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이에 앞서 2022년 7월말 있었던 서울에서의 파리오페라발레단 갈라공연은 서두에서 언급한 바 대로 한국 출신의 에투왈 박세은이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파드되(2인무)’, 쇼팽 피아노곡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제롬 로빈스 안무의 ‘인 더 나이트’, 빈사의 백조를 에투알 박세은이 출연했으나 원래 클래식 공연연주에 중점이 주어져 이런 클래식 공연등에 적합화되게 설계된 롯데콘서트홀의 반야드스타일 무대가 파리오페라발레 무대의 성가를 살려주기에는 턱없이 빈사(瀕死)스러운 무대장치를 보여줬던 기억을 안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4는 2024 파리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서울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전야제 축하발레같은 컨셉의 다양성에 초점과 방점을 맞춘 18편의 작품들로 관객들로 하여금 발레를 보는 즐거움을 한층 확장(擴長)시켰다는데 올해 파리오페라 갈라의 특별한 공연의 의미가 있다.

참고로 2024/25 시즌에 에투알 발레리나 박세은이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준비하고 있는 라인업으로 클래식 발레로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3월과 7월에 두 번 예정돼있고 전 에투알이자 현재 라 스칼라 발레감독으로 있는 마뉘엘 르그리가 안무한 ‘실비아’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12월에 공연할 ‘파키타’는 처음 해보는 작품인데 굉장히 어렵지만 재밌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박세은은 밝혔고 3월에는 제일 좋아하고 기대하는 작품중 하나인 ‘오네긴’이 예정돼있다고 해서 해외로까지 파리오페라발레를 보러 가려는 발레팬들의 기대가 높아질 것 같다.

글, 음악칼럼니스트 여홍일

음악칼럼니스트 여홍일 - 2012년부터 음악칼럼니스트로 활동. 현재는 한국소비자글로벌협의회에서 주한 대사 외교관들의 지방축제 탐방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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