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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비를 맞고 싶은날
우산을 쓰고도
빗물이 젖어 들어 온다
하늘을 뚫고 내리는 빗줄기다
지붕위에도 대지에도
빈 의자도 나무들도
첨벙첨벙 흠뻑 젖었다

말짱하던 저 하늘도
새들이 숨어버린 저 숲도
방긋 방긋 웃던 꽃들도
넘치는 빗물에 속절없이 잠겨 버렸다
온누리가 머리부터 발 끝까지
소나기에 흠뻑흠뻑 젖었다

통쾌하게 나를 때리고
달아난 소나기는 무슨 생각일까

때묻은 마음이
빗물에 둥둥 떠내려가면
나무는 딱 하루만이라도
그늘 내리는 일을 멈추고
햇님에게서 도망가고 싶었을까

아무리 햇살이 좋아도
가끔은 나무도 비를 맞고 싶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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