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7 읽음
웅크린 만리장성 뚫은 유럽파 위력…밀집수비는 이렇게 깨라
연합뉴스
1
정교하고 창의적 패스워크로 만든 '한방'에 결국 중국도 무너져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장 가치가 높은 유럽파 공격수들이 잔뜩 웅크린 중국의 골문을 두드린 끝에 홈팬들에게 쾌승을 선물했다.

'임시 사령탑' 김도훈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중국과 최종 6차전에서 1-0으로 이겼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전력 차는 작지 않다. FIFA 랭킹만 봐도 한국(23위)이 중국(88위)보다 훨씬 높다.

선수 면면을 보면 격차가 더 실감 난다.

김도훈 감독은 이날 황희찬(울버햄프턴)을 최전방 공격수로 세운 후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양 날개로 세웠다.

이들을 지원하는 미드필더로는 이재성(마인츠)과 황인범(즈베즈다)을 배치했다.

사실상 공격을 '유럽파'에게 맡긴 셈이다. 이들 5명은 모두 유럽의 소속팀에서도 비중 있는 선수들이다.

손흥민(17골)과 황희찬(13골)은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과 울버햄프턴에서 최다 득점자로 우뚝 섰다.

유럽 정상급 팀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에서 뛰는 이강인은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출전 시간을 확보하고 있다.

황인범은 세르비아 프로축구 우승팀 츠르베나 즈베즈다에서 맹활약해 리그 최우수선수로 인정받았다. 이재성은 6골 4도움을 기록하며 시즌 초부터 강등의 공포에 시달리던 마인츠(독일)를 구해냈다.
4-4-2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조직적인 밀집 수비는 전력 차가 크더라도 뚫기가 쉽지 않다.

물론 교과서적인 파훼법은 있다. 위협적인 중거리 슛으로 수비수들을 페널티 지역 밖으로 끌어내든지, 문전에서 세밀하고 정교한 패스워크로 상대 수비에 균열을 내면 된다.

그러나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아시아권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호화 공격진을 자랑한 한국도 전반에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만큼 중국의 밀집 수비가 튼튼했다.

전반 70%가 넘는 공 점유율을 기반으로 슈팅 수에서 6-2로 우위를 보였으나 중국의 골문을 여는 데는 실패했다. 오히려 공세가 성과로 이어지지 않자 전반 막판에는 중국에 주도권을 내줄 때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정교하고 창의적인 연계 플레이가 쉼 없이 이어지자 중국의 수비 조직력도 한계를 드러냈다.

후반 16분 이강인의 창의성이 빛났다. 페널티박스 깊숙한 지역까지 침투하는 손흥민을 본 이강인은 왼발 침투패스를 시도했다.

특유의 왼발 킥 능력과 넓은 시야를 자랑하는 이강인이 아니라면 좀처럼 시도하기 어려운 패스였다.

이강인의 발을 떠난 공이 중국 수비수 서너명을 지나 골키퍼 왕다레이 앞으로 달려든 손흥민에게 정확히 전달됐다.

손흥민이 연이어 골문 쪽으로 패스를 밀어 넣어줬고, 이 공이 문전에서 경합하던 주민규를 지나 골대 정면으로 흘렀다.

침투패스 이후 페널티지역으로 뛴 이강인이 이를 놓치지 않고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어 6만4천여 명이 찾은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이 장면뿐 아니라 원톱으로 나선 황희찬이 수비를 끌어모아 만들어낸 공간을 황인범, 손흥민 등이 부지런히 침투해 위협적인 슈팅으로 생산해내는 장면도 몇 차례 연출됐다.

앞서 밀집 수비로 웅크리지 않고 정면 승부에 나섰던 싱가포르와 경기에서는 한국이 7-0 대승을 거뒀다.

그러나 중국처럼 승점을 따내기 위해 초반부터 걸어 잠그는 팀을 상대하는 방법을 충분히 숙달할 필요가 있다.

2차 예선을 통과한 우리나라가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만날 상대 대부분이 이날 중국처럼 수비적인 축구를 들고나올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패스워크가 살아나면서 기세가 오르자 손흥민의 측면 돌파도 날카로워졌다.

후반 중반 이후 수비수 2, 3명을 동시에 제치면서 왼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든 손흥민의 움직임을 막는 데 급급한 중국은 이후 거의 공격권을 확보하지 못했고, 반격의 기회도 잡지 못했다.

선수들이 개인 기량 측면에서 압도적 열세를 실감한 중국은 후반 들어 한 차례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전반 72%였던 우리나라의 공 점유율은 후반 종료 시점에는 80% 이상으로 올랐다.
pual07@yna.co.kr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