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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화처럼 취향 타는 예술게임, 헬블레이드 2
게임메카
위와 같은 평가에 혹해 헬블레이드를 플레이 했으나, 엔딩은 보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좁은 시야각과 어두운 배경 때문에 너무 무서웠고, 길치였기 때문에 오딘의 미궁에서 헤매다가 결국 포기했다. 그런 헬블레이드의 후속작 ‘세누아의 전설: 헬블레이드 2(Senua's Saga: Hellblade 2, 이하 헬블레이드 2)’가 21일 출시된다. 본 기자는 출시 전 Xbox로부터 게임을 제공받아, 전작에서도 보지 못했던 결말에 도달할 수 있었다.
아름답고 탁월한 영상미, 영화적인 방식이 강조된 게임
헬블레이드 2를 플레이하며 가장 탁월하다고 느꼈던 요소는 바로 영상미다. 영상미라는 것은 비단 실제와 유사한 좋은 그래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화면에 나오는 사물들의 배치, 그림자의 구현, 빛의 밝기 등 영상의 아름다움을 위한 모든 요소를 포괄한다. 헬블레이드 2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위해 게임에서 흔히 활용되는 몇 가지 문법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대표적인 것이 HUD다. 게임은 전작과 동일하게 HUD를 모두 제거해 미니맵, 체력바, 특수능력 게이지 등이 외부에 직접 표시되지 않는다. 대신 체력은 피격시 시야가 붉어지는 방식으로, 특수 능력은 소지한 거울이 빛나는 식으로 표현한다. 심지어 헬블레이드 2는 화면비를 2.39 대 1로 맞춰 일반 디스플레이 화면 상하에 비교적 큰 공간(레터박스)이 남도록 설계되어 영화와 같은 느낌을 준다. HUD의 부재와 레터박스의 존재는 게임을 하면서도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감각을 선사했고, 이는 독특한 경험이었다.
다만 이런 영화적인 방식을 채용한 탓인지, 게임으로서의 상호작용성은 부족하다. 모든 게임에서 흔한 튜토리얼, 설명 문구 등도 존재하지 않다. 시네마틱 영상 조차 인게임 엔진으로 구성되어 끊김이나 어색함 없는 대신, 언제부터 캐릭터를 조작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게 느껴진다. 게임에는 흔하지만 영화에는 거의 없는 튜토리얼 메시지, 일지 등 외적 설명을 과감하게 배제해 몰입감을 높인 시도로 보인다. 하지만 최소한 ‘흰 곳에서 상호작용 버튼을 누르면 난간을 오를 수 있다’ 정도는 안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헬블레이드 2에는 퍼즐과 전투가 등장하지만, 스토리 중심 게임인 만큼 스토리가 가장 중요하다. 다만 핵심 소재가 ‘조현병’으로, 환각과 환청이 지속적으로 들리기 때문에 이해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 둘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플레이어로 하여금 지금 일어나는 사건이 어디서부터 현실이고 거짓인지 구분이 어렵게 만든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전작과 달리 ‘살아있는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조현병은 전염되지 않으니, 상대와 동일한 것을 봤다면 그것은 환각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세누아가 독특한 환각 퍼즐을 해결할 때는 무조건 혼자다.
스토리는 전작에서 이어진다. 세누아는 자신의 부족과 연인을 살해한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노예선에 오른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폭풍으로 선박이 난파되고, 간신히 해안가에 도달한 세누아는 고생 끝에 노예 주인 토르게스트르를 생포한다. 이후 토르게스트르의 안내를 따라 섬 내부으로 이동하던 중, ‘드라우가르’라는 괴물에 습격당한 마을을 발견한다. 세누아는 생존자들과 지도자 ‘파르그림르’를 구하고, 드라우가르는 의식을 통해 지진을 일으키는 거인을 소환한다. 마을에서 간신히 도망친 세누아는 그 과정에서 북부가 노예를 필요로 했던 이유, 거인들의 정체 등 비밀을 알아내고, 자신의 독특한 능력을 활용해 맞서게 된다.
전달력과 더불어 스토리가 가진 큰 문제는 바로 완급 조절이다. 게임 초반부 세계관과 분위기를 확립하는 구간이 지나치게 길고, 이후 스토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인’에 대한 내용이 다소 짧다. 특히 은신족을 찾아 나서는 ‘지하’ 탐험 분량이 긴데, 퍼즐이 많고 전투도 잦은데다가 실제 지역도 넓다. 심지어 영상미가 가장 강조된 부분이기도 해서 엔딩을 본 뒤에도 아름다운 풍경이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해당 파트 분량을 축소해도, 스토리 전개에는 지장이 없다.
반대로 거인들과 캐릭터 사이 서사가 적게 분배됐고, 플레이적으로 강조되는 부분도 상당히 짧다. 특히 아쉬웠던 부분은 등장 캐릭터들의 혼란과 방황이 묘사되는 챕터였다. 각 캐릭터의 생각과 가치관, 두려움, 서사, 그리고 이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세누아의 지도자로서의 능력 등이 표현될 수 있어 서사적으로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분량이 지나치게 짧았고 내용도 함축적으로 넘어갔으며, 퍼즐이나 전투도 없어 플레이적인 측면에서도 아쉬웠다.
전달력이나 완급조절이 아쉽게 느껴졌던 이유는, 게임 서사가 전반적으로 우수했고 특히 결말이 다소 급하긴 하지만 예술적으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초반부 세계관을 확실하게 전달했고, 지하 세계와 은신족에 대한 묘사는 영상미와 잘 어우러졌다. 결말에서는 지금까지의 의문들이 일부 해소됨과 동시에 게임이 진정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여러 주제가 영상미, 성우 연기와 함께 카타르시스를 일으킨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희미한 중반부 서사와 부족한 전달력이 더 아쉽게 느껴졌다.
헬블레이드 2에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스토리 도중 퍼즐과 전투가 적절하게 등장한다. 퍼즐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전작에서도 등장한 상징 맞추기에 더해 의식 퍼즐이 더해졌다. 상징 퍼즐은 전작 룬과 유사하되 조금 더 직관적으로 변했다. 또한 퍼즐이 지나치게 자주 등장했다는 평을 의식해서인지 전작 대비 퍼즐 수가 줄었다.
의식 퍼즐의 경우 구형 물체(공물)을 찾아 제단에 놓는 방식으로, 위치를 찾지 못하면 하염없이 돌아다녀야 하는 룬 퍼즐과 달리 답을 몰라도 시행 착오를 거치면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개인차가 있겠지만, 전작보다 퍼즐이 더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묘사됐다. 전작에서는 특히 룬 퍼즐에서 밝은 광원에 빛나는 문자들이 더해져 눈의 피로가 심했는데, 이런 요소는 줄었다. 일부 퍼즐 기믹은 더 몽환적으로 표현되어 독특한 별세계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등장하는 적 종류는 7종 이상이다. 전작보다 패턴이 다양해졌고, 불을 뿜고 폭탄을 터뜨리는 등 독특한 공격을 하는 적도 나온다. 다만 전작보다는 다채롭지만, 여전히 전투가 밋밋하고 단조로운 편이다. 회피를 중심으로 적의 약한 공격은 패링, 공격 후 딜레이 노리기, 강한 적은 특수능력 활용 등 간단한 전략으로 모든 상대를 쉽게 돌파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액션게임의 탈을 쓴 예술게임의 측면으로 보면, 더 화려하고 어려운 전투가 장르에 적합하지 않을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