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98 읽음
'내 탓인 거 같아서'...류현진 100승 실패에 고개를 들지 못한 남자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1
[마이데일리 = 수원 유진형 기자] KBO리그 개인 통산 100승에 도전했던 류현진이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류현진이지만 한화 복귀 후 벌써 3패째다. 11년 만에 돌아온 KBO리그 적응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류현진은 24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했지만 5이닝 7피안타 2볼넷 4탈삼진 7실점(5자책) 하며 또다시 100승 달성에 실패했다. 

예전처럼 150km를 넘는 강속구를 던지지는 못하지만, 그는 정교한 제구와 다양한 구종으로 타자를 얼게 만든다. 일각에서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 여파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폭포수처럼 큰 각으로 떨어지는 커브와 스트라이크 존 구석에서 예리하게 꺾이는 컷패스트볼의 위력은 여전하다.
류현진이 계속된 야수들의 수비 실책으로 대량 실점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 수원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태연의 1루 베이스 커버가 늦어지면서 내야안타를 내주는 상황 / 수원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문제는 ABS존 적응과 야수들의 수비였다. 이날 류현진은 ABS가 내린 볼 판정에 불만스럽다는 표정을 계속해서 드러냈다. 1회 KT 천성호를 상대로 던진 공도, 3회 조용호에게 던진 공 모두 볼 판정을 받았고 류현진은 허탈한 웃음을 보이며 당황했다. 재미있는 건 타자도 스트라이크로 판단해 볼 판정에 당황하며 1루로 걸어 나갔다는 것이다. 류현진은 존을 정하면 같은 곳으로 지속적해서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투수다. 하지만 이날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ABS존에 애를 먹고 있던 류현진을 더 허탈하게 한 건 한화 야수들의 수비였다. 천하의 류현진이라도 수비가 안 되는 팀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 

류현진은 4회 KT 장성우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황재균의 희생번트로 1사 3루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조용호를 1루 땅볼로 처리하며 아웃카운트를 늘리는 듯싶었다. 그런데 이때부터 한화 야수들의 실책이 이어졌다. 1루수 채은성이 타구를 잡았지만, 2루수 김태연과 포구 동선이 겹치며 김태연이 뒤늦게 1루 커버를 들어갔고 타자는 세이프가 됐다. 기록은 내야안타지만 실책성 플레이였다. 
병살 찬스에서 포구 실책을 한 김태연이 아쉬워하고 있다 / 수원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자신의 실책을 자책하며 고개를 들지 못한 김태연 / 수원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류현진은 야수들에게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며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리고 후속타자 안치영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다. 유격수 황영목이 안전하게 포구한 뒤 2루로 토스했다. 하지만 김태연의 포구 실책이 나오며 실점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1사 1.2루에서 김상수의 2루타가 나왔는데 우익수, 2루수, 포수로 이어지는 중계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1루 주자까지 홈을 밟았다. 김태연의 계속된 실책에 류현진의 멘탈은 흔들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유격수 황영목까지 1루 송구 실책을 하며 단숨에 7실점했다.

계속된 수비 실책을 범한 김태연은 이후 교체됐다.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눈가는 촉촉했고 멍하니 그라운드를 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경기 종료 직전 김강민은 자책하며 힘들어하는 김태연 옆으로 다가가 위로하며 격려했다.
패배 후 팬들에게 90도로 인사하는 김태연 / 수원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그라운드로 나와 관중들에게 인사 할 때도 김태연은 오랜 시간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미안해했다. 자신의 실책으로 류현진의 KBO리그 통산 100승을 막은 것 같다고 자책한 김태연이었다.

[패배 후 고개를 숙인 김태연 / 수원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