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3 읽음
예능은 줄폐지 드라마는 지지부진…또 똑같은 KBS, 답습을 멈춰야 한다 [TEN스타필드]
텐아시아
0
《김세아의 한발짝》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한발짝 거리에서 바라보며, 객관적인 시각으로 소식을 전합니다. 때론 한발짝 가깝게, 때론 한발짝 멀게.

지상파 3사 중 작년 한 해 그 어느 때보다 가장 화두가 됐던 방송국은 단연코 KBS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한창 방영 중인 인기 예능을 줄지어 폐지시켜 시청자들의 원성을 피할 수 없었고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주말극 역시 지지부진한 성적으로 쓴 맛을 봤다.

그럼에도 KBS는 다시 '봄'을 꿈꾸고 있다. 25일 KBS는 'KBS 다시 봄! 5월 신상 대출시'라는 문구를 내걸며 시청자들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KBS 측에 따르면 5월에만 신규 프로그램 여섯 개가 베일을 벗을 예정이다.

유재석의 친정 복귀작 '싱크로유'부터 대본 없는 인생 스토리를 찾아 떠나는 장민호-장성규 듀오의 로드 버라이어티 '2장 1절', 양세형-양세찬 형제의 신개념 소비로그 관찰 예능 '하이엔드 소금쟁이', 이효리의 뒤를 잇는 지코의 '더시즌즈', 글로벌 보이그룹 오디션 'MA1'까지 론칭을 앞두고 있다.
한 방송국에서 한 달에만 6개의 프로그램을 론칭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업계 불황 속 새 프로그램이 그것도 6개 씩이나 론칭되지만 KBS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눈총이 곱지만은 않은 모양새.

앞서 KBS는 올해 초 '옥탑방의 문제아들', '홍김동전' 등의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의 폐지 소식을 알리며 시청자들의 거센 반발을 받았다. 갑작스레 전해진 폐지 소식에 많은 시청자들은 폐지 반대 청원과 트럭시위까지 나서며 깊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보통 20%대에서 30%대의 수치를 기록해오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던 주말극 역시 기대 이하의 성적을 써내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첫 방송을 시작한 '미녀와 순정남'은 첫 화 15.3%(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이전 작인 '효심이네 각자도생' 역시 첫 방송 시청률 16.5%으로 시작해 22%로 종영하며 지지부진한 성적을 썼던 바.
월화극의 성적표는 더욱 처참하다. '멱살 한번 잡힙시다'는 첫 회 2.8% (닐슨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가구 기준)으로 시작해 가장 최근 회차에서 3.%를 기록하며 한 자릿 수에서 통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흐름대로라면 4%대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종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롭게 내놓는 6개의 프로그램으로 KBS는 재도약을 향해 첫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신상대출시'라고 칭하며 새 변화를 예고했지만 어디서엔가 본 듯한 기시감을 지울 수 없다. 유재석이 3년 만의 '친정' KBS 복귀작으로 선택한 '싱크로유'는 AI를 활용했다는 점 외에는 목소리를 듣고 추리해낸다는 포맷이 JTBC '히든싱어'와 닮아있다.

거리에서 만난 이웃과 유쾌한 토크에 이어 애창곡 ‘1절’만 완창하면 선물까지 주는 로드 버라이어티라는 '2장 1절'은 퀴즈 대신 노래를 부른다는 점 외에는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초기 포맷과 상당히 흡사하다. 소비 문화 트렌드를 알려주겠다는 '하이엔드 소금쟁이'는 처음부터 '김생민의 영수증'의 뒤를 잇는다고 소개했다.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MA1'은 말할 것도 없다. 이미 수 많은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제작된 만큼 제작진 역시 이러한 점을 우려한듯 차별점을 내걸긴 했다. 송준영 CP는 "소속사가 없는 친구들을 모았다. 작년 7월부터 제작진이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아깝게 떨어진 친구들과 연습생들을 전문가들이 36명을 추렸다. 전문가분들이 트레이닝을 시켰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KBS는 2017년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으로 오디션 프로그램 첫 발을 내딛었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이에 대해 한경천 센터장은 "사실 'MA1'의 기획 단계부터 걱정을 했다"며 "KBS가 5060을 주 시청자층으로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기존 시청자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걸로 (경영진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시청률을 포기한 것은 아니며 선을 긋기도. 한경천 센터장은 "'더유닛' 당시에는 회사가 좀 어려웠다. 지금 3% 정도가 나와도 대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경영진이나 KBS가 조금 더 새롭고 신선한 시도를 했을 때 인내심을 갖고 시도해보자 하고 내부적으로 합의를 했다. 아예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화제성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KBS는 '다시 봄'을 꿈꾼다고 했다. 다만 봄 보다는 '다시'에 무게가 실린 듯 보인다. 다시 봄을 꿈꾸고 있다면, 과거의 답습부터 멈춰야 한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