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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마저 떠난다니…생명줄 끊는 것" 속 타들어 가는 환자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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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울대병원 병동에서 만난 조향연(44)씨는 "참담하다"며 심경을 밝혔다.
부비동 종양이 3년 만에 재발해 지난 8일 수술을 받았다는 그는 "전공의 파업으로 수술도 한 달이나 미뤄졌는데 교수님들까지 떠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아주 불안하다"고 말했다.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아내가 합병증으로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라고 밝힌 한 보호자는 "안에 있는 사람들은 피가 마르고 속이 타들어 가는데 죽어가는 환자를 볼모로 정부와 의사가 싸우는 모습이 기가 막힌다"며 "정말 교수들까지 모두 사직하게 될까 봐 굉장히 위기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신모(58)씨도 시어머니의 피부암 치료를 위해 왔다고 밝히며 "교수님이 항암치료가 '생명줄'이라고 했는데 만약 파업 사태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결국 의사가 그 줄을 끊는 것 아니겠나"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고령인구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의견을 내더라도 일은 하면서 해야 할 것 아닌가. 사람 생명을 담보로 잡으면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난 김모(61)씨는 "(남편이) 하인두암이 폐로 전이돼 한달에 한번씩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하는데 뉴스를 볼 때마다 담당 교수님이 병원에 없을까 싶어 무서워 죽겠다"며 "오늘 병원에 와보니 담당 교수님이 계셔서 너무 좋아했는데 앞으로가 큰일이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남편의 심장 스텐트 시술을 위해 병원을 찾은 서모(77)씨는 "10년 전 스텐트 삽입 시술을 하고 6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서 정기검사를 해왔다"며 "오랜 시간 봐 온 교수님이 환자를 버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잘 돌봐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췌장암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간호하고 있다는 손은성(35)씨도 "병원을 오래 다녔는데 교수님들이 그대로 계셔 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라며 "교수님들을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성모병원에서 간 이식을 받았다는 윤보선(68)씨는 "수술하고 진료받으면서 문제없었다"며 "(교수들이) 사직한다고 하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환자·보호자들의 낙관에도 의료진들은 교수들의 사직이 곧 현실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성모병원 한 외과 전문의는 "사직서는 개별적으로 알아서 하는 것이라 (자신의 사직 여부를) 말할 수 없다"면서도 "(사직서가) 꽤 취합된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병원 또 다른 전문의는 "사직서를 낸 지 거의 한 달이 됐다"며 병원을 나설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하며 자리를 피했다.
stop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