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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아도, 잠시 쉬어도 괜찮아요"…박물관의 '작은' 변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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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라면 이 말에 따라 눈을 움직일 것이다. 유리 진열장 넘어 다양한 유물을 보고, 그와 관련된 설명을 읽는다. 모두 시각 경험을 바탕으로 한 행위다.
그러나 '오감' 공간에서는 조각상을 향해 손을 쭉 내미는 게 먼저다. 음성 안내에 따라 몇 발짝 내디디면 직접 만져볼 수 있는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이 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은 가운데 장애인과 비(非)장애인이 함께 문화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려는 박물관의 시도가 눈길을 끈다.
모두를 위한 박물관으로 나가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디딘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9월 문을 연 국립중앙박물관의 '오감'을 꼽을 수 있다.
장은정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과장은 최근 공개한 유튜브 영상 인터뷰에서 "시각장애인에게도 즐거운 박물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새롭게 디자인하자는 목표를 두고 출발했다"고 소개했다.
매주 화·목·토요일에 열리는 교육에 참여하면 '오감'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박물관에 따르면 올해 1월 24일 기준 교육 참여자는 615명으로, 이 중 20% 이상이 시각장애인이었다.
지난해 말 문을 연 '마음보듬소'는 장애 어린이 등을 배려하는 공간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박물관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소리와 빛이 때로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아이들이 소리와 빛을 조절해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4살 아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이모 씨는 "장애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꼭 필요하다고 느꼈을 공간"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문화시설에 '마음보듬소'가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또, 상설전시실 3층 조각공예관에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체험형 전시 공간을 조성하고 9월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새로운 공간에서는 국내에 남아있는 고려시대 종 가운데 가장 큰 종으로 알려진 국보 '성거산 천흥사명 동종'을 포함한 범종(梵鐘)을 소개한다.
박물관은 "약 30평 규모의 공간에서 범종 소리를 듣고 형태적 특징을 누구나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음향, 영상, 촉각 전시물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