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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카드로 마음 상담하는 선생님…'걱정인형'도 같이 만들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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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상담 도구 다양화…그림 검사, 보드게임 이용도 "예전보다 학급 인원 줄어 상담 용이"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잘 안쓰는 손으로 세 장 뽑아볼래?"

사뭇 진지한 눈빛으로 유미(18·가명)는 담임 앞에 앉아 카드를 조심스레 짚는다. 선생님과 둘만의 시간. 자주색 융단 위 78장의 타로카드가 반짝인다.

결과는 '펜타클 5' 카드. 5개의 별모양 스테인글라스 앞에서 누더기를 입고 걷고 있는 남녀가 보인다.

"언니도 널 걱정하고 있네. 둘이 산책을 해 보는 건 어떨까. 좋은 마음이 생길 거야."

그동안 유미가 학교에서 담임선생님과 했던 대화라곤 성적에 대한 것뿐이었는데 친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언니와의 껄끄러운 관계를 말하게 될 줄은 몰랐다.

2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초·중·고 상담시간에 타로카드처럼 다양한 상담 도구를 쓰는 교사가 늘고 있다.

일례로 학교 심리 상담 기구인 위(Wee) 클래스에서는 전문 상담사가 ▲ 그림검사 ▲ 문장완성 검사지 ▲ 텀블릿몽키 등 보드게임 ▲ 걱정인형 만들기 ▲ MBTI 검사 ▲ 감정카드 등을 학생 상담에 활용한다.

전문 상담사뿐만 아니라 초·중·고의 일반 교사 또한 4∼5년 전부터 학생과의 상담 시간에 타로카드나 걱정인형, 감정 카드 등의 도구를 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몇 년 전부터 도구 상담이 늘고 있다고 현장 교사들은 전했다.

6년 전부터 학생들과의 상담 때 타로카드를 활용한다는 창문여고 신정희 선생님은 "수험생들이 너무 힘들어하는데, 타로카드로 상담해주고 교사로서 마음을 헤아려주곤 한다"며 "저도 상담이 재밌어지고 학생과도 많이 친밀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가족 관계부터 연애 문제, 진로까지 다양하게 물어본다"며 "학생들이 평소 교사에게 속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워하는데 타로 상담으로 아이들과 친근하게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7년 전 교원 연수에서 타로카드 상담법을 배웠다.
서울 지역 복수의 초등학교 상담 전문 교사들에 따르면 각자의 고민을 익명으로 적어 상자에 넣고 서로 고민을 꺼내 이야기하는 '익명 박스' 방식도 인기가 있다.

평소에 자기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워한 학생들이 고민을 털어놓기 쉬운 방법이다.

빈 의자를 두고 앉히고 싶은 상대를 떠올리고 말을 하는 '빈 의자 기법'도 있다.

교사가 인근 대학교를 학생과 같이 산책하거나 만화 카페, 분식집에서 일대일 상담을 하는 경우도 있다.

걱정을 말하면 잠자는 동안 대신 걱정해준다는 '걱정인형' 만들기도 널리 알려져 있다.

정혜영 서울교사노동조합 대변인은 "초등학교 저학년과 상담할 때 걱정인형을 같이 만들곤 한다"며 "자기 걱정도 보다 쉽게 이야기하면서 학생과 더 빨리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순웅 하늘초 교사는 "요즘에는 예전보다 학급 인원이 줄어서 더욱 상담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라며 "저는 학생들과 편지를 주고받는데, 이런 것처럼 옛날에는 시도할 수 없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sf@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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