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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둔 세상 그린 '종말의 바보'…"독특한 디스토피아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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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이었던 유아인 출연분 많아 통편집은 어려워…"불편한 부분은 편집"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지구와 소행성 충돌까지 200일. 눈앞에 예고된 종말을 앞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종말을 마주한 사회 안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담아낸 넷플릭스 새 시리즈 '종말의 바보'가 오는 26일 베일을 벗는다.

주연을 맡은 배우 안은진은 1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한 호텔에서 진행된 '종말의 바보' 제작발표회에서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엔딩이 너무 인상 깊어서 가슴이 마구 두근댔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일본 작가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종말의 바보'는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고, 한반도가 충돌지대에 들어간다는 보도로 아수라장이 된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

안은진은 종말을 기다리면서도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학교 기술가정교사 진세경을 연기한다.
소행성 사태 발발 후 학교가 휴교하자 웅천시청 아동청소년부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아이들을 위해 남은 시간을 살기 시작한다.

안은진은 "세경이 마음속에는 오직 하나밖에 없다"며 "아이들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더 아이들에게 마음을 쏟고, 함께 종말을 맞이하게 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종말의 바보'는 소행성의 충돌을 막거나, 지구를 구하는 등 종말을 다뤄왔던 여느 작품들과는 달리 대재앙을 마주한 인간이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여전히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을 지키고, 군인으로서 시민들을 지키고, 함께 먹을 야채를 기르는 등 불안하고 두려운 미래를 기다리며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안은진은 "주연 캐릭터뿐 아니라 웅천 시민 한 명 한 명이 살아있다"며 "이들이 죽음 앞에서 어떤 삶을 선택하는지 들여다보면 큰 울림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인간수업', '마이네임' 등을 만든 김진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김 감독은 "'종말의 바보'는 독특한 디스토피아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흔한 생존과 투쟁의 이야기가 아니라, 종말을 마주하게 됐을 때 나라면 어떻게 할지 묻는 작품이라고 느꼈다"며 "제가 만든 작품 중 가장 철학적"이라고 웃어 보였다.

'종말의 바보'는 원래 지난해 공개 예정이었지만, 주연 배우 중 한 명이었던 유아인이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를 상습 투약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게 되면서 공개일이 미뤄졌다.

유아인은 세경의 오랜 연인이자 생명공학연구소 연구원인 하윤상을 연기하며, 작품에 그대로 출연한다.

김 감독은 "시청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했다"며 "불편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은 편집했고, 유아인씨 분량도 손을 댔지만, 이야기의 큰 축을 차지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아예 뺄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충분히 열심히 만들었고 돌을 맞을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끄럽지 않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충돌지대인 한국에서 도망가지 못했거나, 도망가지 않는 선택을 내린 사람들의 이야기에요. 지구 구하는 영웅 얘기는 많이 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들과 끝까지 함께 하는 선택을 내린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었어요."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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