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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왜 '적자' 수소연료전지사업을 가져왔나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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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000억원 규모 손실, 미래 투자 부담까지 현대모비스에서 현대차로 그룹차원 미래성장동력 육성, 기업 규모‧투자여력 우세한 현대차에 집중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로 분산돼 있던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현대차로 일원화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기간 내에 수익 회수가 불가능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 중장기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규모나 체력이 더 뛰어난 계열사에 수소사업을 집중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연초 CEO 2024(2024년 국제 전자제품박람회)에서 밝힌 ‘수소 생산부터 활용까지 전 분야를 아우르는 밸류체인 구축’을 실현하는 데 있어 현대차에 가장 큰 짐이 맡겨진 것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기존 현대모비스가 보유했던 수소연료전지사업 관련 생산 및 R&D(연구개발) 시설과 자산, 인력은 내달 말까지 모두 현대차로 이관된다. 앞서 양사는 지난달 16일 현대모비스의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2178억원에 현대차가 인수하는 내용의 사업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인수 대상 자산의 핵심은 충북 충주시에 있는 연간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2만3000기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과 인력이다. 현대차의 수소 승용 SUV 넥쏘와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 수소전기버스 일렉시티 등에 탑재되는 수소연료전지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개별 법인 측면에서 보자면 이번 거래는 현대모비스에게 큰 이득이다. 당장은 돈이 안 되고 투자비만 소요되는 적자 사업이기 때문이다.

거래 발표 당시 증권가에서는 현대모비스에 대해 ‘단기 적자 축소의 계기’라며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수소전기차 판매 감소로 현대모비스의 수소사업부 가동률이 하락해 손익이 부진했다”면서 “회사측이 손익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수소사업부에서 대략 연간 1000억원 전후의 손실이 추정된다”고 언급했다.

수소연료전지사업 양도 이후 현대모비스에 올해만 400억원, 내년엔 600억원 규모의 단기 손익 개선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놨다.
단기간 내에 수익 구조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하기 어렵다. 수소연료전지 수요가 확대되려면 승용 수소전기차 판매가 원활해야 되는데 좀처럼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더구나 2018년 출시된 현대차의 유일한 승용 수소전기차 넥쏘가 모델 노후화로 제품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 출시 첫 해 727대를 시작으로 2019년 4194대, 2020년 5786대, 2021년 8502대로 계속 증가하다 2022년에는 1만대를 넘어서기도 했으나 지난해 4328대로 반토막났다. 올해도 판매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수소전기차의 시장 안착이 더디다 보니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증설 계획도 철회된 상태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21년 인천 청라에 연료전지스택(수소와 공기의 전기화학반응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만드는 핵심부품) 생산공장을 건설해 울산공장에서 연료전지시스템으로 제품화하는 방식으로 연간 10만기의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철회했다. 해당 부지는 이번 현대차로의 매각 자산에는 제외됐다.

2000억 주고 1000억 적자사업 인수…왜?

현대모비스로서는 이번 거래로 수익 개선 효과를 얻게 됐지만, 현대차로서는 연간 1000억원의 적자를 내는 사업을 2000억원 넘는 비용을 지불하면서 떠안게 됐다. 개별 법인의 입장에서만 보면 손해가 막심한 거래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사업 인수 배경에 대해 “R&D(현대차)와 생산(현대모비스)으로 이원화돼 있던 기존 구조를 연구개발과 생산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통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에서 개발한 수소연료전지를 현대모비스에서 생산해 다시 현대차에 공급하는 비효율적인 구조를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수소 밸류체인 구축’이라는 현대차그룹 차원의 중장기 사업을 수행하기에는 기업 규모가 크고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난 현대차가 적격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적자가 불가피한 미래 성장사업 육성의 책임을 매출 10조원대의 현대모비스보다는 매출 40조원대의 현대차가 감당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연초 CEO 2024 현장에서 진행된 현대차 미디어데이에서 “수소는 저희 대(세대)가 아니라 저희 후대를 위해 준비해놓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분간 수소사업은 ‘돈이 되는 아이템’이라기보다는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수소 밸류체인의 핵심인 수소연료전지와 수소전기차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현대차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게 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현대모비스의 지난해 말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4354억원 수준이었으나 현대차는 7조원에 육박한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모비스에 과도한 리스크를 안기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은 분야에 대한 투자는 일정 정도 리스크를 안게 마련이고, 시장이 열린다면 그동안의 투자가 효과를 보겠지만 그 이전까지는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기업 규모나 지배구조 측면에서 투자 여력과 리스크 감당 능력이 충분한 현대차에게 수소사업을 집중시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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