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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 ) 초록은 어디에나

오늘 고른 책은 임선우 작가의 짧은 소설 3편과 에세이 1편이 실린 <초록은 어디에나>입니다.

제목처럼 '초록이 어디에나' 모습을 드러내는 지금 시점에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선택했는데요. 뜻밖에 3편의 소설 모두 슬픔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더 정확히는 슬픈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지요. 슬픈 사람이 슬픈 사람을 만나 각자의 슬픔이 초록이 되는 이야기요.



작가에게 초록은 "따뜻한 슬픔의 색. 차고 단단한 파랑의 슬픔에 노란빛이 한 줄기 섞인 푸르름"을 뜻하거든요.

슬픔과 대면하기가 혹은 슬픔을 끝내고 다음으로 넘어가기가 막막했던 이들이, 서로를 알게 되는 결정적인 만남을 통해 자신의 슬픔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다음 장면으로 나아가기를 선택하면서 파랑은 초록이 됩니다.

슬펐던 사람들은 비로소 서늘한 파랑에서 벗어나 따뜻한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가 되기로 하지요.



덕분에 어디에나 초록이 돋아나는 계절, 봄이 새롭게 보이더라고요.

평소 슬픔이나 고통에 어떤 효용을 부여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소설을 읽고나서는 가만히 상상해보게 되었습니다. 어디에나 있는 초록이 아직 차고 단단한 파랑이던 순간과 그 파랑에 마침내 노란빛이 한 줄기 섞여 초록이 되는 순간을요.



여전히 슬픔이나 고통에 효용이 있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알 수 없는 효용를 위해 슬픔이나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여선, 필요로 해선 안된다고도 생각하고요.

하지만 어디에나 슬픔이 차고 넘쳐 피하기가 어렵고, 그 슬픔을 따뜻한 초록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면 슬픔에도 조금은 쓸모가 있을지도요.



소설은 초록으로 가득해지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에세이는 봄날의 햇살 같아서,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음이 포근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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