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읽음
오늘의 책 : ) 우월하다는 착각
오늘 선택한 책은 일러스트레이터 최다혜 작가의 그림 에세이 <우월하다는 착각>.


43점의 그림과 짤막한 글을 통해 작가가 느꼈던 불편하고 부정적인 감정들, 그런 감정을 자아내는 상황들을 솔직하고 위트있게 표현하고 있는 책입니다. ('위트있게'라고 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웃픈'에 가까울 것 같아요.)


그림은 대체로 어둡고 무거운 톤으로 부정적인 감정들을 담아내면서도 그것이 자조든 쓴웃음이든 여하튼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유머러스한 구석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6개의 챕터를 여는 여섯 개의 짧은 글들은 웃음기를 쏙 뺀 사색적이고 날카롭고 진솔한 자기 고백에 가까운데요.


저는 이 책에서 이 여섯개의 글들을 읽을 때가 가장 좋았어요. 작가로서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에 해당하긴 하지만 제게도 충분히 공감하고 생각해볼 만한 지점이 있다고 여겨졌거든요. 그 치열한 고민과 생각들을 품고 앓고 통과하려 애쓰는 작가를 지켜보는 게 어쩐지 너무 와닿아서 저에게는 되려 위로가 되는 느낌이었어요. 작가와 작품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과정의 일부를 드문드문 엿보는 기분이 들어서 가슴이 웅장해지기도 했고요.


물론 그림 자체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작가가 센스있게 배치한 그림과 글에서 메시지를 읽어내는 재미가 조금 더 쏠쏠했던 것뿐. 정확한 의도가 파악되지 않을 때는 느껴지는 뉘앙스 안에서 나름의 해석을 내려보기도 했는데요. 덕분에 오랜만에 머리를 좀 굴려서 미세하게 똑똑해진 것 같기도 하네요.


그림과 글의 콜라보로 가볍지 않은 생각과 감정들을 무겁지 않게 들여다볼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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