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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은 했지만 의도는 없었다? 나폴리, 오시멘 셀프 인종 차별에 막장 대응

나폴리는 최근 치러진 리그 세리에A 5라운드에서 볼로냐를 상대로 득점하지 못하고 무승부를 기록했다. 나폴리는 90분 간 12차례의 슈팅을 때리고도 상대 골문을 열지 못했고, 오시멘은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등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문제는 경기 종료 후 나폴리의 공식 SNS에 인종 차별성 게시물이 올라온 것이다. 그것도 소속팀 에이스인 나이지리아 국가대표팀 출신의 스트라이커 빅터 오시멘을 상대로 벌어진 일이었다.

나폴리 공식 SNS는 오시멘이 볼로냐전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영상에 ‘제발 페널티킥 주세요’라는 멘트를 남기면서, 떼를 쓰는 듯한 아이의 음성을 넣었다. 거기에 인종차별성 노래인 코코넛송을 첨부하면서 노골적으로 오시멘을 조롱했다. 아프리카 등의 국가에서 흑인들이 구걸을 하는 모습을 소재로 삼는 전형적인 인종차별적인 행동이다.
SNS에서 소위 말해 유행을 타는 밈(meme)이라고 할지라도 소속팀 선수를 구단이 나서서 인종차별성 문구로 조롱하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진 셈. 직후 많은 팬은 분노를 금치 못했고, 각계각층의 분노가 쏟아지자 나폴리는 해당 영상을 급히 내리기에 이르렀다.
선수도 크게 분노했다. 오시멘의 에이전트는 “오시멘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나폴리의 공식 SNS에 생긴 문제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면서 “오시멘을 조롱하는 영상이 게시된 이후 삭제됐다. 선수에게 매우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고 반발했다.
또한 에이전트 측은 “오시멘은 앞서 가짜 뉴스로 치료를 받은 사실도 있다. 우리는 법적 조치를 필요한 모든 행위를 할 권리가 있다”면서 구단에 대해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오시멘 또한 자신의 SNS에 나폴리와 관련한 모든 사진을 내리는 등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오시멘의 조국인 나이지리아 여론도 들끓었다. 나이지리아 자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존 오완-에노 스포츠개발부 장관은 “나이지리아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정당하게 존중을 받고 차별 당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오시멘의 사건이 나를 굉장히 슬프게 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오완-에노 장관은 “사실관계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면 선수 측과 직접 연락을 취하고 있다”면서 이탈리아 주재 나이지리아 관계자 및 외교 관계자와 스포츠개발부 각 인력들이 오시멘을 돕기 위해 직접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갈등이 국가간의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 보이는 등 걷잡을 수 없는 양상으로 전개된 가운데 일단 오시멘은 선수로서 제 역할을 다했다.
오시멘은 28일 새벽 열린 우디네세와의 리그 경기서 골을 넣어 4-1 대승에 일조했다. 하지만 그는 경기 내내 조용한 모습이었던 것은 물론 골을 넣고도 동료와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 등 굳은 표정이었다. 또한 오시멘은 이날 페널티킥이 나왔지만 전담 키커임에도 불구하고 페널티킥을 처리하지 않았다.

나폴리도 공식 사과를 올렸다. 하지만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이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는 해명성 글을 남겨 되레 더 큰 공분을 샀다. “이 문제가 악용되는 것을 피하고자 한다. 우리 구단의 보물인 오시멘을 불쾌하게 하거나 조롱하려는 의도가 없었음을 알린다. 그 증거로, 여름 훈련 기간 동안 우리는 오시멘의 이적에 대한 모든 제안을 단호히 거절했다. SNS, 특히 틱톡은 항상 가벼운 형태의 언어적인 표현을 사용해 왔다. 오시멘을 조롱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어떤 경우에서든, 오시멘이 불쾌함을 느꼈다면, 그것은 구단이 의도한 바가 아니었음을 나타낸다.”
오시멘을 향한 사과가 빠진 해명문에 팬들은 오시멘의 이적을 종용하는 글까지 남겨가며 강하게 구단의 처사를 비판했다.

CBS 스포츠의 벤 제이콥스 기자 역시 “나폴리가 빅터 오시멘을 조롱한 틱톡 게시물에 대해 성명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105개의 단어로 된 설명문에서 한 번도 ‘미안하다’는 표현을 하지 않았다. 아무말을 하지 않은 것보다 더 나쁜 일”이라며 강도 높게 나폴리를 비판했다.
이렇듯 양 자간의 갈등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 현지 일부에선 오히려 나폴리의 행동을 두둔하며 오시멘의 행동이 과민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는 상황. 여러모로 양자간의 갈등이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앞서 오시멘과 나폴리는 이적 관련한 문제로 한 차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표면적으로는 갈등이 잘 봉합됐지만 여러 구단들이 노린 오시멘을 나폴리가 잔류시킨 상황. 이적설이 재점화된다면 여러모로 오시멘이 구단을 떠날 수 있을만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모습이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one.2@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