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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판 초코맛 왕좌의 게임, 마일로 VS 오발틴
마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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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인종을 넘어서 ‘말 안 듣는 어린이’를 조용하게 만드는 3대 마법이 있다. 그것은 장난감, 사탕, 그리고 ‘초코우유’다. 하얀 우유는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지만, 초코우유를 거부하는 아이는 아직 본 적이 없다. 초코우유, 그것은 어린이들이 마시는 첫사랑 같은 음료니까.

베트남 역시 마찬가지다. 베트남에서 가장 유명한 국민 초코우유는 ‘마일로(Milo)’와 ‘오발틴(Ovaltine)’이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어린이’ 관련 시장이 커지는 국가 중 하나인 베트남. 이곳에서 두 브랜드는 어떻게 어린이들의 마음을 빼앗았을까?
베트남에 진출하고 싶다면
키즈시장을 기억하세요
베트남에서 성공하고 싶다고? 아이들의 마음을 잡아라
세계적인 고령화 시대 역주행을 하는 나라가 있다. 평균 연령이 한국보다 10살이나 더 젊다. 이곳은 바로 베트남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BMI리서치(BIM Research)’에 따르면 2020년 베트남 국민의 평균 연령은 32세다. 게다가 신생아 출산율이 높아 어린이 관련 키즈시장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이런 가운데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모두 환호하는 제품이 있다. 바로 ‘초코우유’다. 베트남 부모님들 사이에서는 영양가가 있는 음료로, 아이들 사이에서는 맛있는 음료로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초코우유란 베트남에서 꽃길만 남은 실패할 수 없는 사업이 되었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베트남에 진출한 초코우유는 무엇이었을까?
베트남의 ‘제티’가 되다?
오발틴(Ovaltine)
맛도 좋은데 영양많고 재미있고 즐거운 친구 오발틴, ©️Ovaltine
베트남에 가장 먼저 팔리기 시작한 초코우유는 오발틴(Ovaltine)이다. 오발틴은 우리나라의 ‘제티’를 떠올리면 쉽다. 가루형태의 파우더로 우유에 녹여 마시는 초코우유다. 독특한 점은 초코의 달콤함에 맥아(구운 보리)를 주원료로 하여 고소함과 영양을 더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근본 중의 근본 초코우유다, ©️Ovaltine
오발틴은 스위스의 브랜드로 12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특히 유럽권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 브랜드다. 하지만 오발틴이 생소한 베트남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했다. 그것은 바로 ‘건강함’이었다.

베트남에서 오발틴은 영양성분이 골고루 들어있는 건강한 초콜릿 맛 우유로 소개되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베트남 부모들은 비타민을 사듯이 오발틴을 구매했다. 마치 우리의 유년시절 찬장에 비타민제인 ‘노마’가 쌓여있듯이 말이다.

베트남의 초코우유 시장을 개척한 오발틴은 업계의 1위를 굳히려고 했다. 바로 이 음료만 없었다면 말이다.
1등과 챔피언은 언제나 우리의 것,
마일로(Milo)
베트남 1등 초코우유 마일로, ©️Milo
‘마일로(Milo)’는 네슬레에서 생산하는 초코우유다. 베트남 진출 시기로 보면 후발주자이지만, 현재 베트남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국민 초코우유가 되었다. 마일로는 베트남에 진출한 이후 20년의 추적 끝에 2018년 60.4%로 점유율로 오발틴을 추월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챔피언 옆에는 언제나 승리의 마일로, ©️Milo
오발틴이 주목한 것이 ‘건강함’이었다면, 마일로가 주목한 것은 ‘스포츠’였다. 튼튼하고 역동적인 스포츠의 이미지를 마일로에 옮겨오는 것이다. 마침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있는 베트남에서는 자녀들의 건강과 교육을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는 부모들이 많았다.

스포츠 마케팅에 기점이 된 마일로의 캠페인은 2016년 진행한 ‘진짜 챔피언(The Real Champion)’이었다. 이 캠페인은 각종 스포츠 대회에서 1등을 쟁취한 아이들과 함께 마일로 브랜드를 노출하였다. 그리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평범한 아이들도 누구나 노력하면 진짜 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캠페인은 성공적이었다. 매출 성장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마케팅 시상식인 ‘에피 어워드(Effie Awards)’에서 수상을 한다. 무엇보다도 베트남 부모들 사이에서 ‘마일로 = 1등’이라는 인식이 생기게 되었다.

후발주자로 들어왔지만, 어느덧 점유율 1위를 쟁취한 마일로. 하지만 2년 후 오발틴의 반격이 시작된다.
챔피언은 조금 지루하지 않아?
오발틴의 광고 반격
길거리 광고로 시작한 오발틴의 선제공격, ©️vietnamfinance
2018년 호치민시 3군 사거리에 오발틴의 거대한 광고판이 설치된다. 빨간색 광고판에는 ‘즐기는 한 이길 필요는 없다(No need to be a champion, as long as you enjoy)’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문제는 광고판에 등장하는 아이들이 어느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데 그 방향에 마일로가 있던 것이다. 마일로 광고판에는 다음 같은 문구가 적혀있었다. ‘마일로가 만든 챔피언(The champion made by Milo)’

오발틴의 광고는 마일로를 비꼬는 내용이었다. 초코우유계의 이인자가 된 마일로가 ‘챔피언’을 중시하는 마일로에게 챔피언이 될 필요가 없다며 도발적인 문구를 남긴 것이다.
트로피와 락앤롤, 어느 것이 더 끌리십니까 ©️Ovaltine
오발틴의 광고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개학 시즌에 맞춰 오발탄에서는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렸다. 라디오 베개 위에서 웃고 있는 아이와, 트로피 베개를 끌어안고 찡그린 아이의 비교 사진이었다. 줄여서 말하자면 챔피언이 되려고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오발틴과 즐거운 일을 하라는 것이다. 기존 1등, 승리, 모범생을 내세웠던 마일로와 차이를 두면서 오발틴은 ‘즐거움’과 ‘행복’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것은 초코우유 광고인가 아이교육 광고인가, ©️Ovaltine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 사진에는 6만 개가 넘는 좋아요와 ‘오발틴 광고에 감동했다’는 댓글이 넘쳐났다. 각종 언론과 소셜미디어에는 오발틴의 광고 사례가 소개되었다. 성장 중심으로 향하던 베트남 사회에 회의감을 느끼던 이들에게 오발틴의 광고는 큰 울림을 주었다. 동시에 오발틴이라는 브랜드의 인지도를 다시금 높이게 되었다.
베트남 초코우유의
진정한 왕좌는 누가 차지할까?
아직 베트남의 1등 초코우유를 차지한 것은 ‘마일로’다. 하지만 ‘오발틴’ 역시 작지만 단단한 코어층을 가지고 몸집을 성장시키고 있다. 베트남 내 어린이 음료시장은 커질 것이기에 아직은 누구도 포기할 수 없는 싸움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도전은 따로 있다. 베트남의 유제품 시장에서 ‘초코우유’는 아직까지 소수에 해당한다. 베트남의 유제품 관련 시장을 꽉 잡은 ‘비나밀크’와 ‘더치레이디’ 등 더욱 큰 회사와의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과연 10년 뒤에는 어떤 브랜드가 초코우유의 왕좌를 차지하고, 부모님과 어린이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그들이 쌓아갈 달콤하지만 치열한 초코우유 전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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