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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나쁘면 하는 직업이라고요? 12년째 이 길만 걷고 있습니다.
피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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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거 없으면”, “머리 나쁘면”

적게 받고 많이 일한다는 고정관념까지

12년 차 미용인이 말하는 진짜 현실은?
대한민국에서 특정 직업에 대한 인식과 고정관념은 오래전부터 형성되어 쉽게 바뀌지 않는 부분입니다. 학생들과 부모 세대 사이에서 겪는 진로 결정 과정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원인이기도 하죠. “미래를 위해서”라는 표면적인 이유 이면에는 연봉이 적어서, 주변 인식이 좋지 않아서 등의 적나라한 이유가 숨어있기도 합니다.
스타 메이크업 아티스트, 메이크업 유튜버 등의 등장으로 그 인식이 달라지고 있지만 미용인이라는 직업 역시 과거부터 어느 정도의 고정관념과 싸워온 직업 중 하나입니다. 누군가를 아름답게 만들어 높은 만족도를 얻을 수 있지만 현직자도 절대 쉽지 않다고 이야기하죠. 중도 포기자도 많은 미용인의 길을 중학생 때부터 12년째 걸어온 이가 있습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권초록 씨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까요?
◎ 극심한 반대 이겨내야 했던 ‘미용인’의 꿈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남달랐던 초록 씨는 17세의 어린 나이에 미용이라는 진로를 정했습니다. 학교 공부에만 집중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아르바이트, 독서 등 본인이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며 진로에 대한 취향을 확실히 정한 덕분이었죠. 미용 고등학교, 2년제 대학의 뷰티과 진학을 택했는데요. 물론 이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닙니다.
부모님, 주변의 극심한 반대를 극복해내야 했죠. 초록 씨는 “지금은 인식이 많이 개선되어 ‘고소득 기술직’으로 여기시는 분들도 많아요. 하지만 여전히 머리가 나쁘거나 할 거 없으면 미용이나 한번 해보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죠.”라며 담담하게 이야기했는데요. 묵묵히 기술을 연마하고 성장해 이들에게 증명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반대를 이겨내왔습니다.
◎ 2년 내내 울었죠, 21세에 얻은 첫 직장

한 교수님과의 면담을 계기로 선택한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2년간의 타이트한 대학 커리큘럼을 따라가느라 매일 울며 공부에 임했습니다. 그녀는 “20살, 21살 진짜 가장 예쁘고 빛나는 시절이잖아요. 그 시절을 울면서만 보내서 조금 아쉬워요. 힘들었던 경험이라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아요.”라며 당시를 회상했죠. 졸업 후 곧바로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첫 직장은 대구 동성로의 대형 헤어 메이크업숍이었죠. 취업엔 성공했지만 적은 월급과 서투른 실력으로 온전한 독립생활을 이어나가기가 쉽지 않았다고 해요.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 꾸준히 연습하고 조금씩 공부에 투자해 본인을 업그레이드해나갔습니다.
◎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화장만 하나요?

화장만을 전문적으로 할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초록 씨는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헤어, 반영구, 메이크업 등의 작업 이외에도 기술 수업을 진행하고 있죠.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서 창업 준비생, 학생들을 비롯해 일반인 대상으로 강의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운영하고 있는 가게 경영, 직원 실무 교육 등을 이어가느라 하루가 부족하죠.
초록 씨가 보람과 고됨을 느끼는 순간은 모두 고객들에게 메이크업, 헤어 작업을 마쳤을 때입니다. 만족도가 크면 뿌듯하고 그렇지 않으면 속상해 문제를 파악하곤 하죠. 그중에서도 가장 즐거운 프로젝트는 바로 웨딩입니다. 누군가의 가장 중요한 하루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초록 씨의 메이크업 스타일이 웨딩과 잘 어울리고 결혼을 앞둔 설렘을 함께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 “하루 종일 서서 일해요” 미용인의 현실

초록 씨의 하루는 길고 알차게 이어집니다. 본업 이외에 강의가 있는 날엔 새벽 5시에 출근해 밤 10시에 퇴근하는 날도 많죠. 하루 종일 서서 누군가를 변신시키는 일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육체적인 피로도 뿐 아니라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기본으로 하는 서비스직이기에 이야기도 끊이지 않아야 하죠. 마냥 편하게 예쁘게 화장하고 풀 세팅한 모습을 상상하는 이들이 많지만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겐 화장보단 피곤에 찌든 모습이 더 익숙하다고 해요. 절대 ‘예쁘고 편한’ 직업이 아니라는 것이죠.
워라밸 역시 미용인에겐 지켜지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특히 메이크업 아티스트 쪽은 새벽 출근, 주말 근무, 풀 근무가 일상인 직종이다 보니 경력이 낮을수록 더욱 그 균형을 맞추기 쉽지 않죠. 물론 기술직이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경력과 실력이 쌓이면 그만큼의 수입을 가져갈 순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경력이 오래됐다고 해서 본인에게 필요한 투자를 멈춰선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 뷰티 유튜버 전향? “아직 수익 0원이에요”

초록 씨는 업무 이외에도 유튜브 채널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의 플랫폼이 활성화되지 않아서 정보력이 부족했던 그녀에게 조언을 구할 곳은 주변 사람들이 전부였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생생한 정보를 어린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관련 영상을 제작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 등 여러 구독자들에게 문의를 받기도 합니다.
뷰티 유튜버로 전향할 생각은 없냐고 묻자 그녀는 “다른 분들은 유튜버만으로도 수입이 굴러갈 정도로 영향력이 크시니까 전향을 하신 것 같아요. 전 아직 유튜브 수익은 0원입니다. 처음부터 기대를 하고 시작하지도 않았죠. 그냥 전 많은 분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정도로 여기고 있어요. 정보를 얻고 저라는 사람에게 ‘이런 생각을 갖고 있구나’, ‘배울 점이 있구나’ 정도만 생각해주신다면 충분할 것 같아요.”라며 대답했죠.
◎ 유명한 회사보다 배울 점 있는지 고려해야

그녀를 보고 진로를 택한 뷰티 꿈나무들에게 그녀는 새로운 트렌드를 남들보다 빠르게 캐치하는 것, 세부적인 계획 설립 등을 조언했습니다. 특히 유명한 곳에 입사해 인지도를 올리기보단 배울 점이 많은 대표나 상사가 있는 곳에 들어가 스스로가 브랜드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죠. 사람의 얼굴은 너무나 다양하고 경우의 수가 많은 영역이라 끊임없는 연습과 연구만이 경쟁력을 키워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초록 씨는 여전히 많은 손님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이미지를 변신시켜주고 있습니다. 2년 내로 대출 없이 가게를 확장 이전하는 것이 현실적인 꿈 중 하나죠. 꾸준히 좋은 영향력을 전해 또 다른 좋은 이들에게 인정받는 것을 장기적인 목표로 두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요. 12년을 넘어서 앞으로 오랫동안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활동할 초록 씨의 행보가 더욱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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