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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에 아이스크림이 빠졌을 때, 메로나에 이슬, 처음처럼 빠삐코 리뷰
마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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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가 없는 거리를 걷는다. 누구를 만나지도, 술잔을 나누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연말을 대비해 새로 나온 음료뿐이다. 오늘도 편의점에는 그를 기다리는 신상 주류가 가득하다. 누군가에게는 혼술의 인증샷이지만, 인스타그램 알람은 이렇게 울린다. 그는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신상(소주)털이 마시즘이다.
소주와 아이스크림의 불나방 같은 콜라보레이션들
언젠가 마시즘은 말했다. '아이스크림은 녹여서 마셔야 제맛'이라고. 동시에 <세상의 모든 아이스크림이 음료로 변한다면>에 대한 예언을 하기도 했는데 완전히 틀렸다. 아이스크림은 음료로도 좋지만, 소주로 만들어야 대박이 나는 것이었다. 혹은 아이스크림을 먹던 애들이 이제 소주를 기울여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오늘의 신상털이 명단은 다음과 같다. '올 때'의 대명사 메로나와 콜라보한 '메로나에 이슬', 빠빠라빠빠빠 삐삐리 빠삐코와 처음처럼이 만난 '처음처럼X빠삐코'다. 어디 만우절 합성 같은 제품들이 소주계를 흔들고 있다. 이거 마시면... 인싸 되는 것 아닐까?
참기름병이냐 깔루아 밀크냐, 처음처럼X빠삐코
처음 이 음료의 뒷모습을 보았을 때 할머니가 넣어둔 참기름통으로 착각했다. 바로 최초의 흑소주(?) '처음처럼X빠삐코'다. '흑맥주는 있는데 흑소주는 왜 없냐'는 담당자의 호기심이 이런 사건...아니 사고 아니... 사상 최초의 콜라보를 만들었다.

드디어 제품의 뚜껑을 깔 때가 되었다. 빠삐코를 녹여 마셔왔던 에디터가 평가하기로 향기는 'REAL 빠삐코' 그 자체다. 100점 만점에 102점을 줄 수 있을 정도다(안 차가우니까). 향만 맡아도 안주 없이 아이스크림과 소주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랄까?

드디어 한 잔 넘겼다. 달콤하고 깔끔하게 넘어가는 뒷맛이 생각보다 안정적으로 만들었다. 좋게 생각한다면 깔루아 밀크를 소주 버전으로 만든 것 같다. 문제는 소주와 어울리는 수많은 안주를 포기하고 다시 정립을 해야 한다는 점이랄까. 제육볶음에 소주, 그리고 초코향을 한 번에 견딜 수 있겠어?
민간요법인가 미도리샤워인가, 메로나에 이슬
'아이셔에 이슬'의 히트 이후 소주업계는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를 하고 있다. '메로나에 이슬' 역시 언젠가는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의 두꺼비가 성공하고 말았다. 사실 메로나에 소주를 섞어 마시는 '메로나주'는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만들어 마시는 교양필수 주류 과목이 아니던가?

첫인상은 투명하고 일반 소주와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솔솔 풍기는 향은 메로나의 상큼 달콤한 맛이다. 참지 못하고 마셔보니 멜론향이 더욱 잘 느껴진다. 하지만 내가 알던 '메로나주'와는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일단 유제품이 없기 때문에 투명하고 새콤하게 느껴진다는 점은 장점이다. 이 부분이 아쉬울 수도 있지만, 회 같은 메뉴와 함께 마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항간에는 메로나에 이슬과 스프라이트를 섞으면 미도리샤워의 소주 버전인 '짭도리샤워(?)'가 된다고 한다. 라떼는 말이야... 메로나에 참이슬에 사이다를 다 섞어서 했...는데라고 말하고 싶지만 일단 참아야 해.
더욱 많은 아이스크림이여 소주에 빠져라
마치 구닥다리(죄송합니다)같았던 놀이를 어른들이 하는 '오징어게임'의 성공만큼이나, 어린 시절 우리 추억을 가져왔던 아이스크림의 소주 버전을 기대해본다. 소주는 언제나 안주가 있어야 하는 느낌이었는데, 이런 버전의 아이스크림 소주는 소주만 그대로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이런 도전들 더 많아졌으면 좋겠는걸?

앞으로 많은 아이스크림이 소주에 들어오길 기대해본다. 죠스바, 스크류바, 더블비안코...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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