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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마지막 날 🍁🍂🍃

11월의 끝


목필균


너로 인해 따뜻했던 온기
마저 지울듯이
밤새 찬비가 내렸다.


소리없이 비워지는 흔적들
거리에 내려앉아 있더라


비에 젖은 낙엽들의
선명한 목소리
은행잎이 단풍잎이
플라타나스 너른 잎이
느린 발걸음에 밟힌다.


11월이 가려할 때
눈안에 가득했던 너의 입김
쿨룩거리며 튀어나가고
뿌옇게 흐려진 유리창 밖에
빈 나무가 되어 서성거린다.


가을을 보내며
11월 끝자락에 귀울림이 열린다.


뜬금없는 휘파람 소리
다 비워버린 가슴에서
터져나오는 휘파람 소리
여운이 길다.


하늘이 낮게 엎드리고
찬바람 휘돌아가는 저녁
플라타나스 너른 잎새가
갈색으로 부서진다.


바스락 바스락
건조한 얼굴과 가슴과
바람과 눈물이 부서진다.

곁을 떠난 것들이
손짓해도 돌아올 리 없는데,
휘익 휘익 휘익
낯선 휘파람이 감출 새 없이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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