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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스토어가 밉더라도 꼭 해야 될 게임, 보더랜드3
게임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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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자리에서 감히 제안하고 싶다. ‘보더랜드 3’는 7년을 기다려온 팬은 물론, 신입 볼트 헌터들도 대거 흡수할 만한 매력을 지닌 명작이다. 10주년을 맞이하는 ‘보더랜드’ 시리즈를 자축하는 타이틀로 손색이 없는 게임으로,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미워하는 사람이더라도 꼭 즐겨봐야 하는 작품이다.스킬 커스터마이징과 상자깡, 이것이 보더랜드다!‘보더랜드3’는 FPS 장르지만, ‘루터 슈터(Looter Shooter)’로도 불린다. 루터 슈터란 쏘는 맛이 있는 슈팅과 RPG의 성장 및 장비 수집 요소를 접목시킨 것으로, ‘보더랜드’ 시리즈는 이 장르 정점에 위치한 게임이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클랩트랩’이 지급하는 소박한 1레벨 권총으로 시작한다. 이후 게임을 진행하면서 곳곳에 배치돼 있는 상자, 쓰레기통, 화장실을 뒤지다 보면 탄약과 함께 각종 총기들을 입수하게 된다. 총기 분류에는 권총 외에 SMG(기관단총), AR(돌격소총), 샷건, 로켓 런처, 수류탄 등이 존재한다.
전체적으로 총기 개성은 전작보다 훨씬 발전했다. 탈 것 역시 보강돼 외바퀴 모터사이클 ‘사이클론’이 추가됐으며, 캐릭터와 무기를 꾸밀 수 있는 스킨과 액세서리 역시 셀 수 없이 많다. 시리즈 특징인 줍는 재미는 매우 잘 보존되고 있는 것이다.
스킬트리 내에서도 선택에 따라 강화되는 부분이 달라진다. ‘FL4K’의 경우 자신의 기본 체력을 상승시켜 유지력을 높이거나, 애완동물 ‘재버’의 공격력을 강화해 적을 빠른 시간 내에 처치할 수 있다. 스킬 성능뿐 아니라 캐릭터 체력, 총기 장탄수 등 다양한 요소가 변화하기에 어떤 스킬에 포인트를 투자하느냐에 따라 게임 방식 자체가 달라져 반복 플레이의 지루함을 던다.
전작에서 여러 파로 나눠져 지리멸렬하게 느껴졌던 ‘밴딧’들은 ‘볼트의 아이들’이란 이름의 종교집단으로 뭉쳤다. 그 지도자인 ‘타이린 칼립소’는 막강한 힘을 지닌 세이렌이며, 중간에 만나는 주요 보스들도 막강한 힘을 자랑한다. 튜토리얼 보스인 ‘쉬브’를 제외하곤, 전작보다 훨씬 복잡해진 패턴으로 볼트 헌터를 괴롭힌다.
일반 적의 인공지능은 상당히 개선됐다. 끊임없이 좌우로 움직여 조준을 어렵게 만들며, 구조물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엄폐를 한다. 로켓 런처를 사용하는 적들도 다수 등장하는데, 피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날아오는 발사체 불빛으로 인해 시야가 가려져 조준이 까다로워진다. 빨라진 적 생성 속도로, 아주 잠시라도 지역을 이탈했다가 복귀하면 치열한 전투를 다시 벌여야 한다.
몇몇 보스들의 패턴은 당황스러울 정도다. ‘아테나’ 지역 보스인 ‘트라운트 대장’은 전장 테두리를 도는 거대한 구체를 던지는데, 맞으면 많이 아프지만, 피하는 것도 쉽지 않다. 서브 퀘스트 보스 중 한 명인 ‘킬라볼트’는 더욱 황당한데, 전기 속성 공격은 면역 판정인데다가, 보호막이 깨진 뒤 발동되는 스킬 중 하나는 바닥 전체에 전류를 흘려 보내는 것이어서 회피가 불가능하다. 볼트를 지키는 고대 생물체 ‘램페이저’는 체력에 따라 3가지 속성으로 변하는데, 속성 무기를 제대로 구비하지 않았다면 공략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메인퀘스트 진행 시, NPC가 플레이어를 도와 미션을 수행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튜토리얼에 등장하는 클랩트랩은 입담을 제외하곤 전혀 도움이 안되지만, 아테나 행성에서 합류하는 ‘마야’와 ‘아바’는 직접 전투를 수행한다. 특히 ‘마야’는 적을 묶어두는 기술을 사용해 조준실력이 좋지 못한 이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플레이어가 사망하더라도 NPC가 부활시켜 주기도 한다.
‘보더랜드3’ 멀티플레이에 추가된 ‘협동’ 모드는, 전작과 달리 함께 플레이하는 이와 전리품을 다투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등장하는 적 레벨도 플레이어 레벨에 따라 보정되고, 상자를 열어 획득하게 되는 돈은 누가 먹더라도 함께하는 플레이어 모두의 지갑에 들어간다. 또한 무기 역시 각자 따로 획득할 수 있다.
만약 자신에게 필요 없는 무기, 특히 클래스에 호환되지 않는 무기를 발견했을 땐 다른 플레이어와 거래를 통해 교환할 수 있다. 또한 친구가 자판기에 판매한 무기를 판매 가격으로 되살 수도 있다. 클래스별 밸런스도 장단점만 있을 뿐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 있어 멀티플레이에서 기피되는 클래스는 딱히 없다. 여담으로 거너 ‘모즈’가 액션스킬로 메카 ‘아이언 베어’를 소환하면, 동료 플레이어도 합승할 수 있는데, 친구와 함께 적진을 초토화시키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소 호불호가 갈리고 있지만, 시리즈 최초로 이뤄진 한국어 음성 지원도 크게 어색하지는 않다. 특히 아군 NPC보다 적 보스들의 음성이 인상적이다. ‘볼트의 아이들’을 위한 방송국을 운영하는 보스 ‘마우스피스’는 링 아나운서처럼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자랑하는데, 광기에 찬 방송국 담당자라는 콘셉트에 잘 어울린다. 이 외에 중2병과 광기를 모두 갖춘 메인보스 ‘타이린 칼립소’, 비열한 말리완의 사장 ‘카타카와 주니어’ 등 캐릭터 특징을 잘 살린 한국어 더빙은 게임에 몰입하게 한다.
‘보더랜드3’는 명성에 어울리는 작품이다. 그러나 프레임 드랍, 콘솔 기기 발열, 세이브 파일 소실 등 여러 기술적인 문제는 발목을 잡고 있다. 자세히 말하면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이는 몇몇 아군 NPC 때문에 공감하기 어려운 스토리 전개 역시 문제점이다.
참고로 기자는 PC로 플레이 했는데, 프레임 드랍은 느끼지 못했다. 권장사양(CPU: 라이젠 2600, 그래픽카드: GTX 1060)에 딱 맞춘 PC였다. 반면 함께 플레이 한 동료 기자는 권장사양보다 좋은 PC로도 프레임 드랍을 감지했다고 한다. 최적화가 부족하다는 증거다. 이 외에 세이브 파일 소실도 경험한 바 있는데, 수십 번을 죽어가며 겨우 메인퀘스트를 진행해나가고 있었기에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외에 인벤토리에서 장비를 버릴 경우, 다른 장비 그림으로 표시되는 오류가 있다거나 NPC가 플레이어 길을 막는 등 작지만 신경 쓰이는 오류들도 발견됐다.
이런 시스템적 오류만 제외하면, ‘보더랜드3’는 시리즈 특유의 맛을 잘 유지해 기존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며, 입문자도 쉽고 재미있게 ‘보더랜드’라는 타이틀을 맛볼 수 있게 각종 편의성을 개선한 명작이다. 개발사 기어박스에서 시스템 오류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수정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조만간 진정한 ‘갓겜’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에픽스토어 독점 판매 6개월을 참고 스팀에서 구매해 플레이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6개월의 재미를 희생하지 말아 달라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