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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새벽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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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 시까지 장모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자리에 누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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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께서는 삼십년간의 이야기를 큼직큼직하게 묶어서 해주셨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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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실재성으로 가득찬 인생의 내러티브는, 그 분들의 딸과 함께 삶을 꾸려나가는 이 미흡한 사위가 전해듣기에 참으로 벅찬 내용이었다. 잠이 오지 않는다. 생각이 많아진다. 하긴, 세월이 담뿍 담긴 이런 이야기들을 장모님께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예쁨을 받고 있다는 것의 방증이기도 하다. 자리에 눕고나니 '우리도 우리 도톨이를, 두분 부모님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애지중지 잘 키워나가야 할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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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며 있던 와중에 잠시 아기가 뒤척인다. 아기가 팔을 휘두르다가 아내의 뺨을 건드린다. 아내는 잠결에 팔을 들어 아기를 감싼다. 나직한 손놀림으로 천천히 아기의 가슴을 다독인다. 아기는 다시 잠에 빠져든다. 아내와 아기는 같은 방향으로 누웠다. 나는 둘을 바라본다. 눈에 둘을 담아본다. 방안의 온기마냥 가슴팍이 뜨끈해지는 기분이다. 늦게 드는 잠이지만 온기 가득한 기분으로 잘 잘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아내와 아기가 방해받지 않도록, 오늘은 코를 골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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